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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남을 고전] (5)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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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남을 고전] (5) 회화

입력
1999.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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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남을 고전] (5) 회화

1999/01/07(목) 18:15

한국의 서정을 한국의 방식으로 담아내는 일은 한국 미술작품의 생존조건이다. 한국일보사가 미술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그림」에는 소박함과 생명력이라는 한국의 정서를 한국적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선정됐다.

1위는 이중섭(1916~1956)의 「흰 소」(30X41.7㎝). 근대화가로는 처음으로 올해 「1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그는 북한에서 유족하게 살다 월남,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사망하기 이태 전인 54년에 그린 「흰 소」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아카데믹한 방법을 탈피, 내적 감성을 가미해 살아 있는 소를 만들어낸 걸작이다. 궁핍하고 고통스러운 삶에 한풀이라도 하듯, 그가 그린 소에는 내일을 준비하는 민족의 질긴 생명력이 살아 있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김소월을 통해 시를 알고, 이중섭을 통해 그림을 보기 시작한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폭넓은 대중적 인기까지 누리고 있다.

공동 8위에 오른 「해질녘」은 1916년 김관호(1890~1959)의 도쿄미술학교 졸업작품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누드화. 이런 금기를 뛰어 넘으면서 한국의 회화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동순위의 구본웅(1906~1953)작 「친구의 초상」은 친구 이상의 모습을 회색조의 우울한 화면으로 처리, 비극적 삶을 살다간 한국지식인의 내면까지 드러낸 걸작이다.

그러나 일제의 압박과 수탈이 가속되면서 한국의 회화는 고사상태에 처했다. 때문에 1936년 이후 50년까지는 한국의 고전으로 추천된 작품이 거의 없었다. 양화의 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은 50년대 「흰 소」에 이어 3위를 기록한 60년대 박수근(1914~1965)의「나무와 두 여인」, 2위에 오른 70년대 김환기(1913~1974)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박수근은 단순하고 간략한 선으로 입체적인 대상을 평면적으로 표현, 한국인의 소박한 정서를 잘 드러냈다.

한국일보사 주최 「한국일보 미술대상전」의 제1회(70년) 대상수상작인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한국 최초의 추상화 「파란」(1923년)을 그린 주경(1905~1979) 이후 다져진 한국추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점만으로 구성된 이 그림은 구상회화에 길들여진 한국 미술대중에 던진 일종의 시각적 테러였다. 서구의 구성주의적 방법을 통해 「산」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개척해온 유영국은 추상화의 깊이를 더했다.

한국화에서는 4편이 선정됐다. 청전 이상범(1897~1972)은 「아침」(6위)에서 짧은 먹선과 부정형의 먹점을 이용해 새로운 양식의 한국적 산수화를 개척했고, 소정 변관식(1899~1976)의 산수「외금강 삼선암」(5위)은 갈필을 이용한 실경산수로 한국인의 감성에 잘 부응한다는 점에서 명작으로 꼽혔다. 한자와 한글을 콜라주회화의 방식으로 표현한 고암 이응로(1904~1989)의 추상화는 한국화의 추상화 가능성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공동8위를 차지. 4위에 오른 박생광(朴生光·1904~1985)의 「무녀도」는 이전 한국화가들의 산수 일변도를 벗어나 무녀등 토속적 주제를 오방색의 원리로 풀어 표현한 기념비적 작품이다.

결국 한국의 회화는 한국적 소재와 감수성을 한국적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 선정됐다. 전통을 살리면서 새로운 시각적 충격을 주는 일, 그것이 고전을 관통하는 문법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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