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검찰 "정치가 미워요"
1999/01/07(목) 17:36
『정치권의 문제를 정치권이 풀지 못하고 검찰에 떠넘기는 것은 의회주의의 포기 아닌가요』
국회 529호 사건으로 정치권의 뒤치다꺼리를 해야하는 검찰은 정치적 사건으로 또 다시 속앓이를 하게 된 것이 떨떠름한 모습이다.
사건의 속성상 검찰이 다시 한번 정치권의 풍랑에 휘말려 들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시비로 귀결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 직원과 안기부 직원이 국회 529호사건 직후 한나라당을 고소하고 다시 한나라당은 안기부장 등을 고발하면서 검찰이 다시 「악역」을 떠맡았다. 국회가 대타협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지금처럼 평행선을 달린다면 현역의원들 상당수에 대한 사법처리 또한 예정된 수순일 수 밖에 없다.
여야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검찰의 작은 몸부림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수사의 주체를 정치·공안사건을 맡은 공안부에서 폭력사건을 전담하는 강력부로 전환한 것도 그 작은 움직임의 하나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폭력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정치인에 의해 저질러진 비리가 정치공방에 휩쓸려 진상이 호도되고 실체적 진실규명이 방해받는 불행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힌 대목은 검찰의 곤혹스런 입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같은 검찰의 태도가 순수하게 해석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이번 사건을 「폭력사건」수사로 국한시킨 것 자체가 「한쪽편들기」라는 지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분명 검찰 스스로 일궈내야 할 몫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편의에 따라 검찰권을 좌우하려거나 이용하려는 구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정치권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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