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이회창] "이제 내운명 느낀다" 결연
1999/01/07(목) 18:26
국회 529호 강제진입이후 두차례 원내 투쟁에서의 참담한 패배, 그리고 소속의원에 대한 여권의 파상적 사법대응….
구랍 31일 안기부의 정치사찰 의혹폭로라는 정국반전의 승부수를 던진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총재는 무엇하나 제대로 손에 넣은 것이 없다. 앞날 역시 여권의 강경한 기류나 당의 엉성한 대여 전투력에 비추어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누가 봐도 도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다.
그런데 정작 이총재의 표정에는 동요의 기색이 별로 없다. 세풍(稅風) 총풍(銃風)사건 등에 휘말렸을 때에 비해서는 완연히 심적 안정을 회복한 인상이다. 그는 6일 정국해법을 묻는 질문에 『그 문제는 저쪽(여권)에 물어보라』고 말을 잘랐다. 『야당을 벼랑끝에 몰아놓고 아래로 뛰어내리라고 하는 여권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살기위해 버티는 일 뿐이다. 그런 우리가 무슨 수를 낼 수 있겠느냐』는 얘기였다. 이총재는 또 『나는 정말 내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이제 비로소 운명을 느낀다』며 『당의 울타리를 지키고 죽더라도 이 안에서 죽겠다』고 말했다. 당과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동안 개인적으로 집착했던 다른 가치와 목표를 잠시 접어두고 스스로를 던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담담함은 정국운영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처럼 마음을 비우고 좌표를 뚜렷이한 데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향후 이총재의 선택이 강경 투쟁이라는 현재의 흐름과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529호실 강제진입과 본회의장 점거농성 결정에서도 나타났듯 이번 사태는 이총재를 「현실 정치인」으로 만들어주는 또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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