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론] 금융감독원이 할 일
1999/01/07(목) 17:27
한문수 韓文洙 금융감독원 상임고문
새해를 맞이하여 은행 증권 보험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금융감독기관이 하나로 통합된 금융감독원이 새로이 출범하였다.
97년말 국가부도로 이어질뻔 했던 금융위기의 중요 원인중 하나가 감독기능의 취약성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번 통합금융감독원의 출범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의의가 크다.
최근 국제자금은 세계적 탈규제화와 금융기법의 고도화, 그리고 각종 정보와 첨단기술을 활용해 지구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이러한 국제자금은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나라에는 새로운 고용과 부가가치의 창출 등 경제도약의 발판을 제공하지만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97년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동남아 국가들이 겪은 것과 같은 엄청난 시련과 고통을 주는 금융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국제적 자금이동이나 금융의 세계적 통합화 추세를 막을 수도 없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국제자본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제수준의 감독규제 기준을 도입하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감독능력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새 금융감독원이 해야할 역할이며 임무인 것이다.
선진 각국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각종 금융감독제도를 정비하는 등 금융세계화에 대비해 착실히 준비를 해왔다.
미국의 경우 연방통화감독청(OCC)이나, 증권관리위원회(SEC)에서 97년부터 금융기관의 업무및 재무상태에 대한 사후평가위주의 CAMEL평가방식에서 시장리스크 부문을 추가한 CAMELS를 도입하여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중심의 감독체계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도 베어링사 붕괴이후 리스크관리중심의 감독방식인 RATE 제도를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영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금융감독업무를 떼어내고 별도 감독전담기관을 설치하는등 급변하는 세계금융환경에 대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4월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설치되었고 금년에는 그 집행기구인 통합금융감독원을 발족함으로써 21세기 글로벌시대에 대응하는 금융감독체제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금융구조조정을 흔들림없이 추진함으로써 어떠한 폭풍우(세계금융환경의 변화)에도 변함없는 견고하고 세련된 세계적인 건물(선진금융산업)을 신축해나가는 일은 통합 금융감독원이 추구해나가야 할 일이다.
우리 금융의 하드웨어 재구축과 아울러 금융의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금융기법과 업무방법의 선진화 유도는 매우 절실하며 어려운 과제이다.
우리 금융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담보위주의 여신관행을 개선하고 선진리스크 관리 기법을 도입하며 파생금융상품 등 국제금융상품 취급능력의 함양과 아울러 투명한 회계에 의한 책임경영이 정착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을 지도하고 선도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금융기관과 기업의 각종 정보가 투명하여야 한다. 사실과 다른 회계정보로서는 아무리 선진화한 여신심사분석이나 리스크관리기법도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결국 「Garbage in-Garbage out(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이라는 말과 같이 쓰레기 정보로서는 쓰레기이외에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감독원이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중 하나가 기업과 금융기관의 투명한 회계정보가 사실대로 공개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는 것이다.
또한 금융의 건전성 확보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금융기관의 창의와 자율경영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리스크와 수익, 건전성과 자율간에는 항시 상충관계(trade-off)가 있는 것이므로 양자가 합리적인 조화를 이루어 건전하면서도 혁신과 창의에 기초한 21세기 금융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 발족한 금융감독원의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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