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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대입논술고사 문제] 연세대(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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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대입논술고사 문제] 연세대(인문)

입력
1999.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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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대입논술고사 문제] 연세대(인문)

1999/01/07(목) 18:19

다음 세 이야기 속의 주인공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역할의 특징을 분석하고, 그 사회적 기능과 의미를 다양한 측면에서 1800자 안팎으로 논술하시오.

(가)자세히 들어 보니, 목 어울러 외는 소리, 『나이 십오세요, 얼굴이 일색이요, 만신에 흠 없고, 효열 행실 가진 여자 중가 주고 사려 하니, 몸 팔 이 누가 있소』크게 외치고 지나거늘, 심청이 반겨 듣고 문전에 썩 나서며, 『외고 가는 저 어른들, 이런 몸도 사시겠소』저 사람들 이 말 듣고 가까이 들어와서 성명 연세 물은 후에, 저 사람들 하는 말이, 『꽃 같은 그 얼굴과 달 가득 그 나이가 우리가 사 가기는 십분 마땅하거니와, 낭자는 무슨 일로 몸을 팔려 하나이까』심청이 대답하되, 『맹인 부친 해원(解寃)키로 이 몸을 팔거니와, 이 몸을 사 가시면 어디 쓰려 하십니까』 『우리는 선인이라, 남경 장사 가는 길에 인당수 용왕님은 인제수(人祭需)를 받는 고로 낭자의 몸을 사서 제수(祭需)로 쓸 터이니 값을 결단하옵소서』『더 주면 쓸 데 없고 덜 주면 부족하니, 백미 삼백 석을 주옵소서』 『선인들이 허락하니, 심청이 하는 말이, 『내 집으로 가져오면 번거롭기만 할 터이니 봉은사로 보내옵고, 대사의 표를 맡아 나를 갖다 주옵소서』선인이 허락하고, 『이 달 보름 사리 행선을 할 때 그 날 데려갈 것이니 그리 알고 기다리라』(중략)두 손을 합장하고 하느님 전 비는 말이, 『도화동 심청이가 맹인 아비 해원(解寃)키로 생목숨이 죽사오니, 명천(明天)은 굽어 보사 캄캄한 아비 눈을 불일내(不日內)에 밝게 떠서 세상 보게 하옵소서』빌기를 다한 후에 선인들 돌아보며, 『평안히 배질하여 억십만금 이문을 내어 고향으로 가올 적에, 도화동 찾아 들어 우리 부친 눈 떴는가 부디 찾아 보고 가오』뱃머리에 썩 나서서 만경창파(萬頃蒼波)를 제 안방으로 알고 「풍」빠지니, 잠깐 사이에 바람이 삭아지고 물결이 고요하니, 사공들 하는 말이, 『풍속낭정(風肅浪靜)하기는 심낭자의 덕이로다』술 고기 나눠 먹고, 삼승돛 곧 채어 양편 갈라 떡 붙이고 남경으로 향하니라.

(나)아리스티데스가 처음에는 「정의로운 사람」이란 별칭까지 들으며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는데, 뒤에 와서 미움을 받게 된 까닭은 테미스토클레스가 민중에게 아리스티데스는 사사로이 모든 소송 사건을 심리 판결해 재판의 공식성을 없앴으며, 호위병이 없다뿐이지 독재를 남모르게 행하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민중도 그 즈음에 와서는 승전국의 국민으로 교만한 마음이 생겨 자기네들보다 높은 지위와 명예를 가진 사람의 명성에 반감을 갖고 있었다. 이리하여 그들은 각지에서 시내로 모여들어 그의 명성에 대한 질투심을 감추고, 아리스티데스가 왕이되려 한다는 미명 아래 패각 투표를 실시해서 그를 추방했다. 이렇게 아리스티데스를 탄핵한 그들은 자신들의 명예에 대한 시기심을 독재 정치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패각투표는, 범죄를 벌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개인의 권력이나 명망이 너무 커지는 것을 눌러서 꺾어놓는 일을 듣기 좋게 명명한 것에 불과하다. 질투의 자위책치고는 과격하지 않은 방법으로, 상대에 대한 적개심이 돌이킬 수 없는 일(사형)에 이르지 않게 하고, 10년 동안만 다른 지방에 나가 살게 하는 것이다.(중략)패각 추방의 방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각자 조개 껍질에 추방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써서 공회장에 판자로 설치한 곳에 던져 넣는다. 그러면 장로들이 그것을 한데 모아 그 수를 헤아려 투표자가 6,000명 미만이면 그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 거기에 적힌 이름은 각각 분류하여 표가 가장 많이 나온 사람을 10년 동안 추방한다고 발표하는데, 그의 재산은 자유로이 사용하게 한다. 아리스티데스 추방 투표 당시, 사람들이 조개껍질에 추방할 사람의 이름을 적었는데, 한 문맹자는 아리스티데스에게 조개껍질을 내밀며 그가 아리스티데스인 줄도모르고 아리스티데스의 이름을 써 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리스티데스는 짐짓 놀라며, 그가 당신에게 무슨 피해라도 입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아니오, 나는 그를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떠드는 것이 듣기 싫어 그럼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아리스티데스는 아무 말 없이 조개껍질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주었다. 이윽고 추방되어 아테네 시를 떠날 때, 그는 두 손을 높이 들어 아킬레스와는 반대로 이렇게 기도했다. 『이 땅의 민중이 아리스티데스를 다시 생각할 정도의 불행이 아테네에 생기지않게 해 주소서』

(다)프러시아 군대가 르왕시에 들어왔다. 얼마만큼 시간이 지나고 처음의 공포가 일단 사라지자 시는 평온을 되찾았다. 여러 가정에서 프러시아 장교가 식탁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 동안에 사귀어 놓은 독일 장교의 힘을 빌어 가지고, 총사령관에게서 출발 허가를 받았다. 그래서 네 필의 말이 끄는 큰 역마차가 이 여행을 위해서 예약되었고, 열 사람이 마차 좌석을 예약했다. 남 몰래 빠져나가기 위해서 화요일 아침, 해뜨기 전에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모두들 타셨나요』안에서 어떤 사람이 대답했다. 『다 탔소』그리하여 마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 여섯 사람이 마차 안 쪽을 차지했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평안하고 유력한, 종교와 원칙을 지닌 점잖은 사림들의 집단이다. 이상한 우연으로, 여자들은 모두가 같은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백작 부인 곁에는 또 두 명의 수녀가 있었는데, 긴 염주를 만지작거리면서 파테르와 아베의 기도를 외우고 있었다. 두 수녀의 맞은편에 한 쌍의 남녀가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사나이는 유명한 민주주의자인 코르뉴데였는데 점잖은 사람들의 공포의 대상이었고, 여자는 이른바 매춘부라고 불리우는 부류들 중의 하나인데, 「비계덩어리」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뚱뚱한 것으로 유명했다. 마차는 마을로 들어가서 코메르쓰 호텔 앞에 정거했다. 마차의 문이 열렸다. 바깥의 마부 곁에는 한 독일군 장교가 불빛을 정면으로 받고 서 있었다. 그는 알사스사투리의 프랑스어로 여행자들에게 내려오라고 무뚝뚝한 어조로 명령했다. 그 이튿날은 아침 여덟 시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두들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마차안이 포장에 눈을 잔뜩 뒤집어쓰고, 말도 마부도 없이 쓸쓸하게 마당 한 가운데에 서있었다. 외양간이며, 꼴 곳간이며, 마굿간을 다 찾아 보아도 마부는 없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그 근처를 뒤져 보기로 결정하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내 마을의 술집에서 그 장교의 연락병과 의좋게 테이블에 앉아 있는 마부를 사람들은 발견했다. 백작이 그에게 물었다. 『여덟 시에 말을 매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던가』 『그럼요. 그러나 그 후에 또 딴 명령을 받았습죠』 『무슨 명령이야』 『말을 매지 말라고요』 『누가 그런 명령을 했나』 『보나마나 프러시아군 소령이겠죠』 『왜』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가서 그 분한데 물어 보십시오. 저는 말을 매지 말라기에 그랬을 뿐입죠. 그뿐입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장교를 만나려고 했다. 세 신사가 이층으로 올라가자, 그 여인숙에서 제일 좋은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거기서 장교는 그들을 맞아 들였다. 『왜 그러시오』백작이 대표로 대답했다. 『우리는 떠나야겠는데요』 『안 돼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내가 싫으니까…그뿐이오…내려가시오』세 사람은 모두 머리를 숙인 채 물러났다. 그날 오후는 비참했다. 그들은 그 독일인의 변덕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식탁에 앉으려 할 때, 폴링뷔씨가 다시 나타나서, 가래가 끓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프러시아 장교님이 엘리자베드 루세(비계덩어리)양에게 아직 생각을 바꾸지않았느냐 물어 보랍니다』 「비계덩어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서 있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얼굴이 진다홍빛이 되더니 하도 화가 치밀어서 말을 하지 못했다. 마침내 그 여자가 소리를 쳤다. 『그 더러운 짐승놈한테, 그 멍청이한테, 그 징그러운 프러시아 놈한테 가서 말하세요. 절대로 나는 말을 안 듣겠다고, 알겠어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말이예요』뚱뚱한 여인숙 주인이 나갔다. 그러자 사람들은 「비계덩어리」를 둘러싸고 물었다. 그가 찾아온 내막을 밝혀 달라고 졸라 댔다. 그 여자는 처음에는 거절하더니 이윽고 분노에 사로잡혀 외쳤다. 『그 놈이 뭣을 원하느냐구요. 그 놈이 뭘 원하는지 정말 알고 싶어요. 그놈이 나하고 자고 싶대요』 모두들 그 소리를 듣고 기가 막혔다. 그리고 분노에 치를 떨었다. 오후에 백작 부인이 산보나 하자고 권했다. 그러니까 백작은 기분이 내켜서 그러는 듯, 「비계덩어리」의 팔을 끼고 그 여자와 함께 딴 사람들보다 뒤떨어져서 걸어갔다. 그는 그 여자에게 어버이다우면서도 약간 경멸 섞인 어조로 정답게 말을 했다. 그는 그 여자가 자기들에게 베풀어 줄 도움을 찬양했고, 자기들이 얼마나 감사할지 모른다는 말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 여자에게 허물없는 말투로, 『그렇지 않아. 이봐 그 녀석이 아마 제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 미인을 알았다고 자랑할지도 모르지』 「비계덩어리」는 아무 대답도 안하고, 앞에서 거니는 사람들 축에 가서 끼었다. 여인숙으로 돌아오자 그 여자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불안이 극도에 달했다. 어찌해야 할까. 만약 그 여자가 계속해서 저항하면 그 무슨 난처한 일이냐. 저녁 식사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사람들은 그 여자를 기다렸으나 허사였다. 그때 폴링뷔씨가 들어와서 루세양은 몸이 불편해서 저녁 식탁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알렸다. 모두들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백작이 그 여인숙 주인에게로 다가서며 아주낮은 소리로 물었다. 『잘 됐소』 『네』그는 일행에게 아무 말도 안하고 단지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서 안도의 큰 한숨이 새어 나오고 얼굴에는 희열이 넘쳤다. 르와조가 외쳤다. 『좋았어. 이 집에 샴페인만 있다면 한턱 쓰겠는데』그 이튿날, 겨울의 밝은 햇살에 쌓인 눈이 빛나고 있었다. 마침내 말을 매어 단 역마차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양가죽을 뒤집어 쓴 마부가 마부석에 파이프를 빨고 있었고, 희색이 만면한 모든 여행자들이 나머지 여정을 위하여 서둘러서 음식을 싸게 하고 있었다. 이제는 「비계덩어리」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 여자가 나타났다. 그 여자는 약간 거북하고, 부끄러운 듯이 보였다. 그래도 일행 쪽으로 멋적은 걸음걸이를 옮겼으나, 모두들 일제히 그 여자를 보지 못한 양 돌아서 버렸다. 백작은 위엄을 갖춰 자기 부인의 팔을 잡고, 그 더러운 여자와의 접촉을 피하도록 데려갔다. 사람들은 마치 그 여자가 치마 밑에 무슨 전염병이라고 가지고 오기나 한 것처럼 그 여자를 멀리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그 여자를 모르는 사람처럼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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