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개안건 단독처리] 한나라당 적전분열 양상
1999/01/07(목) 00:01
국회 529호 사태로 모처럼 대여공세의 기치를 곧추세우던 한나라당이 5일에 이어 6일에도 여당단독 법안처리를 「허용」한 뒤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66건의 법안이 본회의장에서 통과되는 모습을 망연히 지켜본 뒤 대여투쟁의 날을 벼리는 의원총회를 가졌으나, 스스로 열패감을 떨치지 못했다. 노기태(盧基太)의원을 필두로 무려 13명의 의원이 나서 단합과 단결을 외쳤고,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모든 잘못이 나에게 있다. 머리숙여 사과한다』고 몸을 던졌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리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한나라당은 의총이라는 집단 대증요법으로는 치료하기 힘든 병증(病症)을 앓고 있다. 우선 이총재측은 법안통과 허용과 관련, 박희태(朴熺太)총무의 「미필적 고의」까지 의심하는 눈치고, 박총무측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도 「궁극 책임론」을 펴며 이총재의 지도력을 역겨냥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혼선의 책임을 물어 당지도부 동반사퇴론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머리와 사지가 함께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5,6일의 이틀연속 「자살골 소동」은 단순한 사인미스 때문이 아니라 이총재와 박총무간의 「노선」차이 때문이란 게 당내 중론이다. 이총재는 529호 사태가 반전의 절대적 호기를 제공해 주었다는 인식하에 정부여당을 최대한 압박, 일정한 수준의 항복을 받아내겠다고 작심했던 반면, 박총무는 529호 사태를 여권과의 「거래」소재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총재는 중단없는 공격을 통한 정국 이니셔티브 확보를, 박총무는 체포동의안의 족쇄에 묶여있는 「인질」구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다. 전쟁터에 나선 두 장수가 전혀 상반된 전술목표를 가졌으니 일이 꼬이지 않기도 힘들다.
여기에다 의원들도 대여투쟁 방법을 놓고 강온으로 엇갈려 입씨름만 하고 있고, 강경투쟁을 주장하는 의원들조차 막상 현장상황이 벌어지면 몸을 사리는 등 박약한 전투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총력투쟁」을 외치면서도 여권의 추가공세 방어를 자신하지 못하는 근본연유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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