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창] 필리핀 사행집행 연기 시끌
1999/01/06(수) 19:33
필리핀이 한 사형수에 대한 형집행 여부를 놓고 전국이 들끓고 있다. 정부, 사법부, 의회 그리고 각종 단체가 휘말린 사형제 찬반논쟁에 불을 당긴 것은 11살 의붓딸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94년 사형을 선고받은 레오 에체게레이(38)에 대한 대법원의 사형집행 연기.
4일 필리핀 언론과 일반인들의 관심은 76년 이후 23년만에 처음으로 사형집행이 이뤄질 문틴루파 교도소에 집중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형집형 세시간전 사형제 부활 위헌 여부에 대한 의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에체게레이의 사형집행을 6개월 연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 직후 사형 찬성론자인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피해자인 의붓딸을 데리고 나타나 『오늘은 사법역사상 가장 슬픈 날이며 대법원의 판결은 법준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무력화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필리핀 정부는 6일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재심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반면 에체게레이가 수감된 교도소 주변에서는 5년여에 걸친 구명운동을 벌인 가톨릭신자와 인권단체 회원 수백명이 모여 『대법원 판결은 사형제 완전 철폐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환호했다.
필리핀은 87년 폐지했던 사형제도를 94년 다시 부활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형을 선고 받은 50명중 대법원에 의해 무죄로 판결이 번복된 경우가 7명이나 달해 사형제 폐지에 대한 여론이 고조됐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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