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생색내기 공영성 강화
1999/01/06(수) 17:45
MBC TV는 5일 오후 7시30분 범죄재연 프로그램 「경찰청 사람들」을 방영했다. 결혼식장에 참석한 혼주의 집을 털고, 낙찰계를 조직해 곗돈을 떼먹는 범죄과정이 이 날도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모방범죄를 조장한다는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으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보호막 삼아 요지부동이던 이 프로그램이 19일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MBC는 4일 8개 오락프로그램을 없앤다고 선언했다. 5일에는 SBS가 황당한 이야기를 내보내던 「토요 미스터리극장」등 4개 오락프로 폐지를 약속했다.
시청자단체의 해악프로그램 폐지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았던 방송사들이 이처럼 급작스레 프로그램 폐지를 선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달 29일 방송3사의 선언대로 공영성 강화와 시청자 주권회복을 위한 용단일까.
하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SBS의 경우 연예인 신변잡기 프로 「특급 연예통신」을 없앤다지만 「생방송 한밤의 TV연예」와 「김혜수 플러스 유」는 그대로 살아 있다. MBC도 같은 이유로 「생방송 데이트 11」을 폐지하지만 「박상원의 아름다운 TV_얼굴」은 건재한다. 결국 「경찰청…」 「토요…」를 제외한 나머지 폐지대상 프로는 비슷한 장르 중 낮은 시청률 때문에 자연도태됐을 그런 프로이다.
대통령이 방송의 공영성을 강조하고 방송개혁위원회가 방송개혁논의를 하는 시점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송개혁위원회 강대인(姜大仁)실행위원장도 최근 방송사의 움직임에 대해 눈치보기차원인 것같다는 말을 한 바 있다. 방송진흥원의 한 연구원도 『해악프로 폐지는 공영성을 위한 것도, 시청자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방송사 구조조정을 포함한 종합개혁안을 내놓을 방송개혁위원회를 의식한 생존논리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영성공약의 허구성. 제 살 깎는 실천만이 시청자들을 위하는 일이 될 것이다.
김관명 문화과학부기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