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이야기] NDA
1999/01/06(수) 16:50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경연장, 실리콘밸리에는 세계무대 등장을 꿈꾸는 아이디어들이 넘쳐난다.
기업의 회의실은 물론이고 「자바」커피숍에서도, 골프장에서도 아이디어를 가다듬는 노력이 끊이질 않는다. 비록 시장을 가진 제품이 아니어도 아이디어 자체로 자산의 가치를 인정 받는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며 그것을 도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에 속한다.
예의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전에 「NDA」를 맺는다. Non-Disclosure Agreement의 약자인 NDA는 비밀을 지키겠다는 서약인 셈이다.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말라」며 자산인 아이디어를 쉽게 이야기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가로채는 관례가 통용되는 우리 사회와는 좋은 대조를 보인다.
정보산업 역사에 NDA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소프트웨어 왕국의 황제 빌 게이츠 회장이 오늘날의 성공을 이루게 된 배경과도 관계있는 이야기다.
전세계 컴퓨터 산업의 역사를 뒤흔든 IBM PC가 잉태되던 81년, 비밀리에 「'체스」프로젝트를 추진하던 IBM팀들은 PC를 움직일 운영체제(OS)를 만들어줄 소프트웨어 파트너를 구해야 했다.
그들은 당연히 당시 CP/M이라는 OS를 개발해 성장가도를 달리던 디지털 리서치사의 게리 킬달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업무 협의에 앞서 IBM은 「이제부터 이야기하는 것을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비밀보호협정을 강요했다. 게리 킬달은 당시에는 익숙치 않았던 NDA를 맺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
디지털 리서치와 일할 수 없게된 IBM은 촉박한 개발일정에 쫓기며 당시 IBM PC에 베이직 프로그램을 제공키로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에 같은 조건을 제안했다.
물론 빌 게이츠는 그것을 받아 들였고 MS-DOS의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했다. NDA의 페어 플레이 정신을 남들보다 일찍 깨달은 덕에 빌 게이츠는 오늘날 소프트웨어 산업을 장악하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이지선 드림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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