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개안건 단독처리] 여 지하통로 '진입'
1999/01/06(수) 17:48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날에 이어 민생·개혁 법안 등에 대한 단독처리를 시도했으나 한나라당이 전날과는 달리 강력한 실력저지로 맞서 한때 험악한 대치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달 여당측은 의결정족수 충족을 방해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을 막은 야당측의 원천봉쇄를 뚫고 오후 3시30분께 의결정족수 충족에 성공, 이때부터 13~14분만에 일사천리로 단독처리를 진행했다. 의사봉을 잡은 김봉호(金琫鎬)부의장은 한일어업협정비준동의안, 교원노조법, 교육공무원법 등 중요 법안을 앞세워 차례차례 가결을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의원들은 잠시 항의를 하다 전원 퇴장했다.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여당의원들중 김상현(金相賢)·안동선(安東善)·이정무(李廷武)·김홍일(金弘一)·이긍규(李肯珪)의원 등 10여명은 속기사들이 드나드는 108호실을 통해 가까스로 본회의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마지막까지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실에 대기하던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서석재(徐錫宰)·신낙균(申樂均)의원과 자민련 이완구(李完九)의원 등 14명은 사무처 직원 40여명을 앞세우고 국회본관 2층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끝에 의장 출입문을 통해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국민회의 김영배의원은 입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막고 있던 의원 보좌관 한 명이 자신의 멱살을 잡았다며 이 보좌관을 본회의장에 끌고 와 뺨을 세차례 때리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돌출됐다. 이날 김부의장은 66건의 안건을 처리한 뒤 『사육사가 호랑이를 다루듯이 국민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데 야당이 국민을 무시, 호랑이가 사육사를 무는 일이 벌어졌다』며 단독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부의장은 이어 경제청문회를 위한 여야 의원들의 특위구성 비율을 밝히고 각각 명단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 7일 본회의에서 특위구성 및 국정조사계획서를 처리할 방침을 기정사실화하며 오후 3시42분께 본회의를 산회했다.
○…이에앞서 이날 여당의원들은 본회의 개의시간 1시간전인 오후 1시께부터 김봉호부의장을 필두로 본회의장 단상주변을 에워싸고 단독처리에 대비함으로써 기선을 잡았다. 이날 단상 사수팀에는 여권내 소장파인 설훈(薛勳)·정동채(鄭東采)·천정배(千正培)·윤철상(尹鐵相)·김민석(金民錫)의원등이 포진, 야당측 의원들의 단상 접근을 막았다. 방심하다 허를 찔린 야당측은 박희태(朴熺太)총무의 지시에 따라 25~30명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단상점거를 시도, 양측간에 설전이 오갔으나 별다른 몸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사이에 여당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에 입장, 의결정족수인 150석에 가까워지자 야당측은 긴급 구수회의를 통해 오후 1시50분께 즉각 본회의장 퇴장후 출입구 봉쇄 작전으로 급선회했다. 이때 본회의장에는 여당의원들이 의결정족수에 못미치는 130여명 정도만이 들어와 있었다.
야당의원들은 보좌관들과 합세해 본회의장 출입문을 보자기와 전선 등으로 동여 맨 뒤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면서 철저한 통제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자민련 오장섭(吳長燮)·김범명(金範明)의원등은 몸싸움 끝에 봉쇄를 가까스로 뚫고 본회의장 진입에 성공했다. 자민련 이인구(李麟求)의원은 커터로 출입문 손잡이에 동여 맨 보자기 등을 끊으려다가 결국 진입에 실패했다. 또 본회의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국민회의 최재승(崔在昇)의원등이 야당측 의원들에게 봉쇄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노기태(盧基太)의원등과 멱살잡이를 벌이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고태성·김성호·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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