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 쿠바 고립정책을 포기하는가.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5일 미 민간인의 쿠바 송금확대및 우편서비스 개설 등을 핵심으로 한 포괄적인 쿠바제재 완화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미행정부는 이에따라 쿠바인에 대해 송금할 수 있는 미국인의 자격규제를 철폐하고 양국 민간인의 접촉을 확대하는 한편 양국 직통의 우편서비스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쿠바 비정부 단체들에 대한 식량판매도 확대할 예정이다.
쿠바를 향한 「유화의 손짓」은 이번이 사실상 두번째. 지난해 3월 발표한 쿠바행 식량·의약품 공급 항공기의 직접 운항허용 쿠바계 미국인및 미국거주 쿠바인들의 송금허용 의약품 판매 허가절차 간소화 조치등에 뒤이은 보완책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경제적 효과와 쿠바국민들이 받게 될 수혜 측면에서 이번 조치의 파장이 훨씬 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미국의 전향적 조치가 그간 앙숙처럼 대립해온 양국 관계 증진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미 국무부는 일단 『37년전 발효된 대쿠바 금수조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라면서 이번 조치가 양국정부의 관계 발전을 위한 사전포석은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해온 미행정부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간단치 않다. 강경 입장 표명에도 불구, 미국이 예전처럼 쿠바고립 정책을 견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미국이 쳐놓은 고립의 그물망에서 탈출하려는 쿠바의 외교 노력이 결실을 맺고있다. 쿠바는 지난해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역사적 방문을 허용한데 이어 장 크레티엥 캐나다 총리를 초청, 적극적 외교 이니셔티브를 행사했다. 이후 카스트로는 세계무역기구의 초청으로 스위스를 방문하는 한편 카브리해 연안 주변국가를 순방, 외교관계를 재정립했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말 유엔에서 추진했던 쿠바민주화 결의안이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스페인 등 보다 많은 국가들이 쿠바의 입장을 두둔하고 쿠바와의 경제관계를 강화하자 미국무부 내에서는 쿠바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의 역(逆)고립」논란까지 일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쿠바와의 관계 복원을 꾀한다해도 속도는 극히 제한될 전망.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을 필두로한 의회 보수파와 플로리다주의 쿠바계 주민들의 거센 저항이「브레이크」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쿠바와의 상거래를 규제하는「헬름스_버튼」법안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에서 양국의 민간 경제협력도 현재로선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이 일련의 경제완화책을 통해 쿠바 고립노선에서 진로를 수정한 이상 쿠바에 대한 유화 제스처는 한동안 지속될 게 분명하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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