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지점장들은 새해 들어 임대아파트에서 살아야 할 형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재계 인사들과 골프를 즐기지도 못하게 됐다.새해 업무가 시작된 4일 일본은행은 돌연 전국 지점장들의 관사 일부와 은행이 보유한 골프장 회원권 전부를 팔겠다고 발표했다. 전국 33개소의 지점장 관사 가운데 대지 면적이 300평 이상인 6개 관사를 3월말까지 팔고 지점장들에게는 임대아파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의 이같은 조치는 조직 내에 만연한 「특권 의식」을 씻기 위한 것. 일본은행은 3월말의 결산에서 사상 최대의 흑자가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임직원 급여를 평균 4% 삭감한 바 있다.
한편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가 연말에 상여금 일부 반납 의사를 밝히자 모든 각료가 이를 뒤따랐다. 지사와 부지사 등이 급여를 10~20% 삭감하고 상여금을 50~100% 반납하는 등 지방 정부 책임자들의 동참 분위기도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은행의 조치가 「호화판 관사」라는 비판과 국세청의 탈세조사에 따른 「울며 겨자 먹기」라는 지적도 있다. 또 지도층의 급여 삭감에 대해서도 「재정적자를 감안하면 더 깎아야 한다」는 쌀쌀한 반응도 있다. 그러나 「규정대로」를 외치는 대신 자기 반성과 개혁에 열심인 지도층의 모습에서 그나마 일본 국민들은 위로를 받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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