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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가] 40대 출판인 8명의 새해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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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가] 40대 출판인 8명의 새해포부

입력
1999.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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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출판인들에게 98년은 참 어려웠다. IMF한파와 함께 맞은 도매서적상들의 연쇄부도와 경제난으로 많은 출판사가 쓰러졌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인상적인 출판활동을 펼쳤던 젊은 출판사대표 8명으로부터 99년의 전략과 포부를 들어본다.우리의 사회과학현상 우리의 목소리로▤김종수(43) 한울 대표 지난 해 출판위기는 잘못된 시스템이 안고 있는 고질적 모순이 드러나고 폭발한 것이다. 사회과학도서를 주로 내온 우리는 현상유지를 목표로 버티기위주의 경영을 했다. 그러나 결산해 보니 105종을 출판해 예년 정도를 유지했다. 그 정도까지는 어려우리라 판단했는데 결과를 보니 고무적이었다. 독자들이 IMF체제라는 비상시기를 맞아 호황 속에서 견지했던 사회적 시스템과 이론에 대한 무관심을 깨버린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앤서니 기든스등 외국학자나 이론가의 책이 각광을 받았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우리의 사회과학적 현상을 우리의 목소리로 관찰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 우리 사회·경제의 실상을 분석하는 잡지도 구상하고 있다.

올해에도 비소설·인문분야에 역점

▤김혜경(46) 푸른숲 대표 지난 해는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출판계의 구조조정이 어떻게든 이루어지고 유통구조가 나름대로 정리됐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었다. 도박처럼 책 한 권만 「뜨면」된다는 잘못된 의식에 경종을 울린 해이기도 했다. 출판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며 한 종 한 종 쌓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더욱 절감했다.

대중성 있는 인문서의 출판을 지향하는 우리는 책 한 권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거기서 만족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지난 해에는 오히려 이같은 원칙이 빛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올해에도 상황이 썩 좋아지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난 해 쌓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비소설·인문분야에 주력하고 싶다. 졸속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 우리의 모토이다.

인문학 비평잡지 창간

▤박광성(46) 생각의 나무 대표 지난 해는 독자들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는 해였다. 아무리 어려워도 필요한 책을 만들면 팔린다는 사실, 좋은 책을 만든다는 것은 경쟁력있는 사업이라는 사실, 우리 민족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책을 제대로 제때에「제품화」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

올해도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독자들의 주머니사정은 최악이다. 따라서 우리는 꼭 필요한 책만 만들 생각이다. 시장은 작지만 확실하다는 판단이다. 또 올해는 인문학의 학제간 연구와 상호 비판의 내용을 담는 비평잡지를 창간할 계획이다. 독일의 슈뢰더총리와 유로화 관련서적을 상반기에 계속 출판해 시대상황과 맞물리는 책을 제시하겠다.

어린이·청소년도서 개발

▤박은주(42) 김영사 대표 지난 해 매출면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내실있는 성장을 이루었다고 본다. 업무전산화 및 정보화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했으며 인원을 보강하고 조직도 재정비했다. 외부요인을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한 셈이다. 우리는 경제위기나 불황등 외부환경에 신경쓰지 않는다. 기존 출판시장을 나누거나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경영방식이기 때문이다.

새 분야를 개척하고 새로운 독자를 창출함으로써「기획의 김영사」라는 면모를 보여주겠다. 구체적으로 올해는 어린이·청소년도서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새로운 기획과 시리즈도 대폭 보강했다. 21세기에는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 출판사는 미래지향적 기획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송영석(47) 해냄출판사 대표 어려웠지만 그래도 베스트셀러가 몇 권 있어서 괜찮은 편이었다. 운이 좋았는지 내는 책마다 시장상황에 맞아 많이 팔렸다. 우리는 문학중심 출판사이므로 유명작가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등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2~3년 전에 기획해서 내는 책이 사랑받으려면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필자가 좋아야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올해는 지난 해보다는 나을 것이다. 좋은 아이템을 갖고 책을 만든다면 독자가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고원정 한수산 이어령 박노해 등의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또 문학중심에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책도 많이 내겠다. 지난 2년동안 연구기간을 가지며 이 분야에 대한 다양한 기획을 했다.

환경도서 10년간 매년 10종씩

▤이정원(44) 들녘 대표 정신없는 한 해였다. 출판계의 유통대란에 어떻게 대처할지 막막했다. 또 출판계가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깨달았다. 출판계가 합리적으로 방향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자위하기도 했다.

우리 출판사는 지금까지 판타지소설등 새로운 출판형태를 지향해 왔다. 궁극적으로는 종합출판사가 되는 것을 모색하고 있지만 새해를 맞아 뚜렷한 목적을 가진 기획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연과 과학에 관한 책들을 내고 싶다. 특히 환경관련 도서를 10년에 걸쳐 1년에 10종 이상씩 낼 생각이다. 앞으로의 출판은 지금까지의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벗어나 소량 다품종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판인은 원고를 상품성 있게 다듬어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흥행사의 능력이 필요하다.

인문교양서 발간 속개

▤최청수(41세) 자작나무 대표 부도사태의 직접적인 피해자로서 악몽과도 같은 한 해였다. 반성도 많이 했다. 사회를 이끌어 가면서 독자들이 사회변화에 대처하게 해주는 출판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환경에 관한 책이 엄청나게 쏟아짐으로써 환경에 대한 인식은 물론 학문적 수준도 높아졌다.

올해 출판계를 전망하면 상반기까지는 지난 해와 비슷하고 하반기부터 조금 나질 것같다. 유통구조가 비교적 안정돼 있어 특별한 난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지난 해 중단한 인문교양서와 문화·과학서의 발간을 속개하고 싶다. 사회와 시대변화를 선도하고 뒷받침해주는 책들을 적극적으로 낼 계획이다. 경영측면에서도 분발해 탄탄한 회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도스토예프스키전집 완간하겠다

▤홍지웅(45) 열린책들 대표 올해는 외부여건과 상관없이 준비한 것들을 모두 출판하겠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푸시킨전집을 완간하는 것이 그 작업 중 하나이다. 미술 음악 건축 영화등 예술분야 책을 내기 위해 만든 자회사 미메시스가 지난 해 전혀 실적이 없었는데 올해에는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10~20여종은 낼 것이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제대로 된 가치나 정보가 담긴 책은 언제나 독자가 있다. 어려울 때도 그런 책이 살아 남는다.

사실 지난 해는 관망상태로 보냈다. 마음먹었던 만큼 책을 내지 못해 종수가 줄어드는등 움츠렸던 한 해였다. 이제 출판계의 여건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독자들을 끌어들이거나 출판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획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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