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사기가 극성이다.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의 무역사기단이 활개를 친 데 이어 최근에는 중동과 인도지역 악덕수입상들이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국내 기업들의 수출총력체제가 이들에게는 사냥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5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업계에 따르면 중동과 인도지역 악덕수입상으로 인한 직물업체의 피해는 지난해 9월이후 알려진 것만으로 200컨테이너 분량을 넘으며 공개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수백컨테이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에스터 원단을 수출하는 N산업은 지난해말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의 직물수입상과 거래를 텄다 큰 피해를 입었다.
수입상은 처음 몇차례 정상거래를 하며 N사를 안심시킨 뒤 거래량이 크게 늘자 엉뚱한 트집을 잡으며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수입상은 물품 선적서류에 화물선사의 수량확인 서명이 없다며 『값을 절반으로 깎든가, 다시 가져가라』고 배짱을 부렸다.
반송비용이 엄청난 데다 자금사정도 급한 N사는 울며겨자먹기로 절반가격에 물건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대기업인 K사와 원단수출업체인 D사도 「한국업체간 송금내역이 한글로 돼 있다」든가 「물품박스안의 내용물리스트가 부실하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수십만 달러의 손해를 봤다.
이들은 직물수요 비수기에 대리인을 내세우거나 사전모의해 접근하므로 피해를 막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헐값에 넘어간 물건이 러시아나 중동시장에 덤핑으로 풀리면서 기존시장마저 잠식, 이중삼중의 피해를 보고 있다.
브라질과 우루과이 등 중남미 지역 바이어에 의한 사기피해도 크다. 직물수출업체인 I사는 우루과이 교포바이어가 보낸 신용장을 믿고 100만달러어치 상품을 보냈다 고스란히 떼였다.
신용장을 발행한 홍콩계 은행은 거래실적도 없는 유령은행이었고 바이어는 잠적해버린 뒤였다.
나이지리아의 무역사기단은 아직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정부구매서처럼 서류를 위조, 국내업체가 믿고 보낸 견본품과 수수료를 챙기는가 하면 현지로 유인해 강제로 돈을 뺏는 경우까지 있다.
중국의 일부지역에서는 수입상과 금융기관이 결탁해 대금지급을 고의로 지연, 피해업체가 늘고 있다. 바이어를 소개해 준다는 제의에 속아 소개비만 수천달러 날린 경우도 허다하다.
KOTRA는 『수출에 뛰어드는 중소업체들이 늘면서 이들을 노리는 국제무역사기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걸려들지 않으려면 거래전에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가급적 선진국은행을 통해 거래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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