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이웃의 주치의를 자임해온 젊은 의료인들의 꿈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주민들이 주인 되는 최초의 병원이 되겠다』고 나선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성동주민의원」이 입주 건물의 경매로 이달 중순이면 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위태롭게 건물을 지은 건물주가 끝내 파산하면서 병원 전세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입주 당시 건물등기와 동시에 전세권 우선설정과 토지근저당을 통해 보증금을 보전해 주겠다는 건물주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으나 채권자는 몇백만원부터 수십억까지 수십명에 달했다.
주민의원은 89년 윤여운(尹汝雲·38)원장을 비롯, 10여명 뜻있는 의료인들의 모임인 「동부지역보건의료인회」가 그 모태. 노동자, 철거민등 소외받는 이웃들에게 인술을 베풀던 이들은 정기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92년 서로가 모은 3,000만원의 출자금과 독지가들이 출연한 의료장비로 광진구 노유동에 병원문을 열었다.
지역내 미인가복지시설에 대한 의료지원, 어린이집 건강검진, 65세 이상 어른들에 대한 진료비 감면, 치매와 말기암 환자를 위한 무료왕진 등 눈코 뜰 새 없는 날들이 계속됐고 퇴근시간은 자정을 넘기기가 일쑤였다. 2년이상 월급을 반납하고 휴무도 없이 진료한 끝에 주민들의 신뢰를 얻게되면서 병원시설의 확장이 절실한 문제로 다가왔다.
이를 위해 2억6,000만원의 대출금 부담을 안고 현재의 건물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이제 여러 사람의 땀의 결실로 부채를 갚을 만한 시점에 이르러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이 주민치료와 환경공동체 건설을 위한 「광진복지센터」의 법인화를 목전에 두고 있던 참이어서 아쉬움은 더 크기만 하다.
병원이 폐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접하자 그동안 치료비가 없어도 서슴지 않고 병원문을 두드렸던 주민들이 4일부터 앞장서 보증금보호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 병원에서 의료혜택을 받아온 장애인 공동체시설 「작은예수회 화양동 분회」를 비롯, 14곳 사회복지시설과 어린이집들도 함께 병원 살리기 운동에 손을 잡았다.
오랫동안 불우한 이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온 공로로 지난해 서울시민대상 본상을 수상한 윤원장은 『한 푼이라도 아껴서 지역주민들에게 환원시키려고 했던 우리의 수많은 노력들이 물거품이 돼버릴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하루 200명씩 밀려드는 환자들을 보면 여기서 주저 앉을 수 없다는 오기가 생긴다』고 의지를 보였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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