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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고전] 금지곡이 절반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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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고전] 금지곡이 절반차지

입력
1999.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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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금지곡을 만드는가, 금지곡이 세상을 만드는가. 한국의 고전 가요를 만든 일등 공신은 절대권력이었다.한국일보가 가요 전문가 50인에게 설문, 집계한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가요」에는 금지곡이 5곡이나 들어 있다. 세대를 망라해 국민의 심금을 울렸던 1935년 김정구의 「눈물젖은 두만강」. 독립투사 남편을 잃은 여인의 애절한 한을 노래한 이 노래는 민족감정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1944년 일제로부터 레코드 판매금지 조치를 받았다. 해방 이후에도 금지곡은 줄줄이 양산됐다. 64년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는 왜색판정을 받아 금지곡이 됐다. 김민기가 곡을 만들고 71년 양희은이 음반으로 발표한 「아침 이슬」은 척박한 현실을 노래한 혐의가 짙다는 이유로, 73년 신중현이 곡을 만들고 노래를 부른 「아름다운 강산」은 그가 대마초를 피웠다는 혐의로 모두 금지곡 리스트에 올랐다.76년 발표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이듬해 가수 조용필이 대마초를 피웠다는 이유로 또 금지곡이 됐다.

그러면 왜 금지곡들이 이처럼 한국의 명곡으로 꼽히는 일이 벌어졌을까. 그것은 노래가 시대를 말하고, 시대는 노래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노래는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혀 새로운 노래의 세계로 대중을 이끈 곡들이다. 「눈물젖은 두만강」과 「동백 아가씨」가 애조띤 전통음조를 통해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던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면, 8분30초에 달하는 「아름다운 강산」, 각설이타령과 소울이 믹스된 「미인」등 신중현의 곡은 「20년은 앞서간다」는 그의 음악이 대중들을 잘 「설득」한 곡이었다.

조용필의 「돌아와요…」는 한국을 찾는 재미동포 고국방문단으로 공항이 북적대던 시절에 나온 노래로 절절한 가사와 고고리듬 속에 배어있는 뽕짝의 멜로디가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가수 조용필의 쥐어짜는 듯하면서도 호소력있는 목소리가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비틀즈의 세련된 사운드에 한국 대중의 귀가 수준이 높아졌을 무렵, 산울림이 77년 들고 나온 「아니 벌써」는 대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도 단숨에 사로잡았다. 게다가 명문대 재학생 3형제가 결성한 밴드라는 점에서도 대중은 그들의 매력에 쉽게 빨려들었다.

92년 4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는 신세대 가수의 대표적인 곡으로 단연 1순위에 꼽혔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이전에 전혀 들어볼 수 없었던 새로운 멜로디와 춤, 그리고 스타일로 무장한 우리나라 아이돌 스타문화의 효시. 물론 「오빠 부대」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렇듯 철저하게 노래와 스타성을 관리하는 아이돌 스타는 처음이었다.

레게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94년 김건모가 들고 나온 「핑계」는 새로운 리듬으로 90년 후반에 펼쳐질 「블랙뮤직 시대」의 예고편이었다.

신중현 산울림 조용필이 가요의 새로운 세기를 여는 「이포크 메이킹」가수였다면 듣기 편한 발라드 곡들도 한국의 명가요를 채웠다.

89년 해바라기의 「사랑으로」, 90년 노사연의 「만남」, 98년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는 중장년의 노래방 인기곡으로 슬로우 고고의 발라드로 중장년층과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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