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5일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 529호 강제진입 사건의 책임소재를 따지고 쌓여있는 민생·개혁법안을 처리하려면 회기를 연장해야 하는데, 여당이 응하지 않으니 어쩔 수없이 임시국회를 재소집할수 밖에 없다는 논리에서다.그러자 여당은 물론, 국회주변에서 『새해 벽두부터 또 방탄국회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또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사정칼날을 피하기위해 한나라당이 임시국회를 남발하며 세웠던 국회 회기일수 309일의 신기록이 깨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탄식도 뒤따랐다. 소집 명분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응들이다.
한나라당은 이에대해 『안기부의 불법 정치사찰문제는 국회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그러나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아있는 3일간의 회기로는 절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한일어업협정 비준안, 교원노조법 등도 여야의 현격한 입장차이로 회기 연장이 필요한데 여당이 동의치 않아 어쩔 수없이 임시국회를 소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필이면 이번 임시국회가 끝난 다음날인 8일에 제200회 임시국회를 소집, 회기가 계속되도록 날짜를 맞추었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이 없다. 당 관계자들은 그냥 『다 알지 않느냐』고 얼버무린다. 「사정의원 보호」라는 떳떳치 못한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임시국회 명분이 없었는데 「529호 사태」가 좋은 빌미가 됐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개점(開店)만 한채 놀거나 싸우기만 하는 임시국회를 보며 신경질과 짜증만 키워간다는 점이다. 또 임시국회하면 「방탄국회」를 떠올리는 것도 어느새 자연스런 일이 됐다. 한나라당이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처럼 시도 때도 없이 임시국회에 매달려온 「업보」를 피해갈순 없는 일이다. /권혁범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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