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남을 고전] (2) 소설.. 박경리와 `토지'
1999/01/04(월) 18:37
『문학은 삶 자체, 알 수 없는 생명이 삶이라는 현장에 나타났다가 알 수 없는 삶이라는 과정을 겪으며 사라지는 바로 그 과정에 대한 탐구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사진)씨는 문학을 「생명과 그 발현인 삶에 대한 탐구」라고 피력했다. 「토지」는 그의 생명사상이 문학적으로 구체화한 땅이다. 현실에서의 토지는 경남 하동의 평사리에서 시작해 한국의 전국토와 북간도, 러시아에까지 이르지만 박씨가 마음에 그린 것은 넓은 의미로 인간역사 전체를 담고 있는 총제적 개념으로서의 「땅」이다.
박씨는 이 작품을 69년 9월 월간「현대문학」에 연재하기 시작, 25년만인 94년 9월에 5부 전16권으로 완성했다. 첫 장면은 「1897년의 한가위」, 마지막은 해방을 앞둔 지리산에서 새 날의 건국이념이 논의되는 장면이다. 작가는 한국 근대 100여년의 역사와 이 땅에서 살다 간 사람들의 한(恨)서린 구체적 삶을 「토지」에 새겨놓았다. 주요인물 104명등 700여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130여 개의 국내외 역사적 사건이 소용돌이친다. 지금은 일상에서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우리말의 참맛을 보여주는 수많은 고유어·토속어·방언·속담이 풍성하다.「토지」는 역사와 인간의 실존이 세밀하고도 웅장하게 함께 어우러진 문학의 세계이다. 「토지」는 각국어로 번역됐고, 작품에 나오는 어휘와 사건, 풍속 등을 해설한 「토지사전」도 출간됐다. 97년에는 박씨가 집필하며 거주해온 강원 원주시 흥업면에 「토지문화관」이 세워졌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박씨는 56년 「현대문학」에 「계산」이 추천돼 등단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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