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막후채널 없는 '꽁꽁 정국'
1999/01/04(월) 19:00
지금 정치권에서 표정이 어두운 정치인을 꼽으라면, 우선적으로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와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총무가 그 대상으로 떠오른다.
여야가 극한대립을 펼치는 혼돈정국의 와중에서 총무들이 할 역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야의 공식채널이자 막후채널인 두 총무가 손을 놓으면, 여야 대화는 사실상 단절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정국이 꼬일수록 대화가 필요한데 지금의 여야 지도부는 앞에서 싸우고 뒤에서도 다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여야가 험한 승부를 벌이는 와중에서도 물밑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6공시절 민정당의 김윤환(金潤煥)총무와 평민당의 김원기(金元基)총무, 박철언(朴哲彦)정무장관, YS정권 시절 김덕룡(金德龍)정무장관, 동교동의 권노갑(權魯甲)의원 등이 나름대로 막후채널의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여야는 막후채널에 별로 의존하지 않을 뿐더러 의존할 채널도 없는 실정이다. 『정치거래를 지양하고 공개적인 정치를 한다』는 당위론이 일부 이유이지만, 대부분의 정치권 인사들은 『여야 수뇌부의 의중을 읽고, 때론 보스를 설득하며 카드를 만들어가는 정치기술(skill)을 가진 인물이 없는게 보다 큰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여야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화갑_박희태총무 라인에 이어 정균환(鄭均桓)_신경식(辛卿植)총장라인을 가동하기도 했다. 청와대 이강래(李康來)정무수석도 소리없이 야당인사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은 미미한 편이며 특히 현재의 대립국면에서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야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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