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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일은행의 제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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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일은행의 제값

입력
1999.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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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일은행의 제값

1999/01/04(월) 20:17

미국의 뉴브리지캐피털 금융컨소시엄에 넘어가게 된 제일은행의 매각 조건을 보면 얼핏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의 설화가 생각난다.

아무리 부실화했다고는 하지만 한때 국내 제일의 시중은행이었고, 현재도 전국 365개 지점에 40조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제일은행을 사들이는데 뉴브리지측이 지불할 비용은 6,000억원에서 많으면 1조원 규모라고 한다. 정부가 지난해초 출자한 돈만도 1조5,000억원이 넘는데….

■더욱이 뉴브리지측은 부실여신은 일체 털어버리고 우량자산만을 인수할 예정인데다 인수후 1년동안 발생하는 부실채권은 전액, 2년후에는 일정부분을 한국정부에서 모두 책임지기로 했다.

알짜배기 재산만을 헐값에 인수하고 미래손실에 대해서도 상대방이 보상을 한다면 이 거래는 대동강물 팔아먹기에 못지않은 땅짚고 헤엄치기가 아닐 수 없다. 과잉인력과 점포 정리방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보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불평등 거래의 반대급부는 무엇일까. 우선은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다. 세계적 자본이 우리 금융산업에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는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낙후한 금융시스템을 선진화하는 충격요법도 기대된다.

금전적으로도 제일은행이 정상화해 주가가 1만5,000원 수준에 이를 경우 정부보유 주식가치가 5조원을 넘어서게 돼 그동안 정부투자분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김선달처럼 재미를 보는 것이 과연 뉴브리지측이 될지, 정부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렇지만 국내 금융 및 기업내용을 손바닥처럼 읽을 수 있는 대표적 시중은행이 외국자본의 손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걱정되는 바가 적지 않다.

금융을 지배하면 경제를 지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스스로 정한 시한에 얽매여 매각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은행 매각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배정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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