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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칼럼] 황홀한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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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칼럼] 황홀한 40

입력
1999.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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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칼럼] 황홀한 40

1999/01/04(월) 17:36

송영주 주간한국부차장

우리 나이로 드디어 불혹의 나이, 40이 됐다. 두려웠다. 새해를 맞기 며칠 전부터 친정어머니의 40이 선명히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나이 벌써 불혹」이라며 거울을 쳐다보며 젊음이 떠나고 있음을 아쉬워하던 어머니.

당시 어머니는 주름살은 목에 제일 먼저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염없이 거울을 쳐다보며 「정말 창피해 외출도 못하겠다」하던 어머니.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평소 한번도 걸치지 않았던 빨간색 원피스를 맞춰 입었던 일. 당시 어린 내 마음도 왠지 편치 않아, 불혹이 도대체 뭐길래 싶어 일부러 이 단어를 사전에서 찾던 일까지 생각난다.

그리고 그렇게 어머니가 당황한 채 받아들이던 40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이미 난 지난 가을 빨간 브라우스를 하나 구입했다. 40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백화점 좌판에 널린 여러 옷 중에 빨간색에 저절로 손이 갔다.

다행히 아직 목에 주름살이 생기지는 않았다. 대신 살이 찌고 있다. 마음이 편해서일까. 풍만한 아줌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서글플 것 같았지만, 의외로 담담한 기분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요동치던 젊은 날의 번민은 서서히 가시고 나의 가슴에 평화가 찾아오고 있음을 느낀다. 나이를 먹는다는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어서인가.

나에게서 젊음은 사라질지 몰라도 대신 귀중한 많은 것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사물을 이해하려는 눈이다.

사회와 주변을 향한 너그러움, 참을성, 배려는 나만을 생각했던 젊은 시절엔 갖지 못했던 것들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넓은 안목이 때론 지나쳐 아줌마들의 염치와 부끄러움을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 아저씨들은 「40, 50대 아줌마는 마녀」라며, 아줌마를 두려워하고 아줌마의 가치를 절하하지만, 아줌마의 지혜와 현명함,억척스러움이야말로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말하고 싶다.

20, 30대엔 느껴보지 못한 자심감과 안락함으로 40을 맞이한다. 황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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