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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남을 고전] (2)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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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남을 고전] (2) 소설

입력
1999.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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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남을 고전] (2) 소설

1999/01/04(월) 20:19

「무정」에서 「태백산맥」까지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소설」로 선정된 11편은 한국 근·현대사를 압축해 보여준다. 식민지시대와 분단 전쟁 이념대립, 그리고 경제적 근대화의 그늘에서 뿌려졌던 한국인의 피와 땀, 좌절과 희망이 이 한 편 한 편에 담겨 있다.

문인 100명이 꼽은 11편은 1910년대 작이 1편, 30년대 3편, 60년대 3편, 70년대 2편, 80년대 1편, 60~90년대에 걸친 작품 1편으로 시기적으로 고루 분포돼 있다. 이 중 10권이 넘는 장편이 3편일 만큼 한국문학에서는 대하소설의 비중이 크다. 이외 장편이 4편, 연작소설 1편, 단편이 3편 포함됐다.

박경리(72)씨의 「토지」는 63명의 추천을 받아 1위로 꼽혔다. 동학혁명부터 해방까지의 역사를 이 땅에 뿌리박고 살았던 민중의 구체적·실존적 삶을 통해 형상화한 전5부 16권의 방대한 작품이다. 작가는 민족주의 역사의식과 생명사상에 바탕해 25년간 집필에 전력하며 소설문학의 꽃을 피워냈다.

최인훈(63)씨의 「광장」(55명 추천)은 60년 4·19혁명 직후, 작가의 말처럼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보람」으로 탄생한 소설이다. 이데올로기 대립에 휘말려 결국 중립국행이라는 「제3의 길」을 선택하지만 바다에 몸을 던지는 주인공 이명준. 「광장」은 한국지식인의 운명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후 젊은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조세희(57)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46명 추천)은 70년대 산업화시대 소외계층의 실상을 난장이일가의 삶을 통해 사실적이고도 서정적으로 그려내 성장신화를 치열하게 비판한 연작소설. 지난 해 100쇄를 돌파한 스테디셀러이다.

염상섭(1897~1963)의 「삼대」(45명 추천)는 식민지시대 서울의 한 보수적 중산층집안 가족 갈등을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묘사,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변모를 다루었다. 「임꺽정」(42명 추천)은 벽초 홍명희(洪命熹·1888~1968)의 유일한 소설. 조선 명종조 도적 임꺽정의 이야기를 되살려 벽초는 봉건사회의 모순과 하층민의 삶을 생생한 토속어와 고유어로 드러내며 반봉건적·계급적 역사의식을 펼쳐 보였다.

「날개」(36명 추천)는 잘 알려진 이상(1910~1937)의 대표작. 식민지하 근대성에 절망한 지식인의 일그러진 삶이 극명하게 표출됐다. 이 작품이 30년대 지식인의 좌절을 보여준다면 김승옥(金承鈺·57)의 「무진기행」(34명 추천)은 60년대초 산업화가 시작되던 시기의 지식인 자의식의 심연을 한글세대의 감각적 문체로 드러낸 단편이다. 감수성의 혁명으로까지 일컬어진 이 작품은 이후세대 작가들에게 교과서처럼 읽히고 있다.

춘원 이광수(1892~?)의 「무정」(31명 추천)은 한국근대소설을 출발시킨 작품. 삼각연애담을 그린 첫 연애소설이기도 한 「무정」은 당대의 풍속적 갈등과 신·구가치의 충돌을 예리하게 묘파했다.

조정래(56)씨의 「태백산맥」(29명 추천)은 여순사건과 한국전쟁시기 빨치산투쟁을 소재로 분단과 이데올로기대립을 정면으로 다룬 10권분량의 대하소설이다. 80년대 문학의 우뚝한 성과이다.

김동리(1913~1995)의 「무녀도」와 이청준(60)씨의 「당신들의 천국」은 각 23명의 추천을 받아 공동10위로 선정됐다.「무녀도」는 샤머니즘에 바탕해 삶의 허무성을 그린 동리의 초기작. 「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 나환자촌의 실상을 취재해 인간구원 문제를 이씨 특유의 관념적이고도 환상적인 문체로 다룬 작품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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