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넷 비즈니스(전자상거래·EC)가 기존의 유통질서를 위협하는 새로운 거래방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24시간 원하는 상품을 컴퓨터로 클릭만 하면 사고 팔 수 있는 인터넷 상거래가 새로운 유통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인터넷 비즈니스는 무엇보다도 「국경없는 상거래」라는 점에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인터넷만 통하면 전세계 각국의 상품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고, 기업들도 세계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에는 시장확대, 소비자에게는 상품선택의 기회확대라는 새로운 문이 열린다.
전자상거래는 그러나 아직 시장도입기에 머물러 있다. 실물 거래규모에 비춰보면 「새발의 피」인 셈이다.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은 97년에 약 240억달러규모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인터넷의 빠른 성장과 기술발달 등으로 전자상거래는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어 2002년에는 시장규모가 약 8,00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LG경제연구원 이계평 선임연구원은 전망했다.
문제는 인터넷 상거래의 대부분을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인터넷 전체 정보중 80~90%가 미국산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신문, 음악CD, 각종 정보 등 인터넷을 통해 곧바로 매매될 수 있는 디지털 상품도 대부분 미국에서 나온다. 이미 국내에서도 적지않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미국의 소프트웨어를 유료로 다운받거나 구독료를 내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있으며 인터넷 책방에 원서를 주문하기도 한다.
언어문제를 고려하면 전자상거래의 미국 편향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한국인이 미국 쇼핑몰에 접속해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그 반대경우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구매자들은 우선적으로 미국 쇼핑몰을 찾을 것이다. 이는 인터넷 상거래상 심각한 불균형 현상을 낳는 것이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상거래는 어떻게 대비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각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96년 롯데백화점과 데이콤이 인터넷 가상 쇼핑몰을 개설하면서 형성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난해 80~90억원 규모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다수의 기업들이 전자상거래에 참여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2000년께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돼 2002년에는 약 2,100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전자상거래의 현실은 어둡다. 세계적인 공통점이긴 하나 이윤을 내고 있는 전자상거래 기업은 거의 없다. 특히 소비자 대상 전자상거래 시장은 국제통화기금(IMF)한파와 더불어 시작 초기부터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고, 시장규모는 매우 협소하며, 각종 사업 환경 또한 정비되지 않고 있다.
2년전 처음 등장한 국내 인터넷 쇼핑몰은 현재 15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는 인터넷 이용자수 증가추세에 비춰보면 매우 미미한 성장세이다. 97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실시한 조사와 98년 야후 코리아의 조사결과를 보면 인터넷 이용자들이 사이버 쇼핑을 이용한 경험은 18%에 불과하다.
현재 인터넷 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은 대책을 마련중이다. 정부에서는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등 전자상거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정부부처는 물론 거의 모든 정부부처들이 참여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정책협의회」가 구성됐다.
민간부문에서도 ICEC, 커머스넷코리아와 같은 전자상거래 관련 주요 연구기관과 한국전자거래표준원, 전자상거래지원센터(ECRC)등 민간의 전자상거래 추진을 지원하는 기구들이 조직되어 활동중에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사업자수나 이용자수, 시장, 인프라 등 사업환경이 열악한 상태에서는 개별기업의 시장 접근 노력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발생한다. 따라서 국내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아직까지 인터넷 상거래를 찜찜해하거나 혹시 사기를 당하는 것은 아닐까, 내 신용카드 번호를 해커가 훔쳐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워하는 소비자가 많다. 개인신상 노출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이다. 여기에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난뒤 사는 문화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인터넷 거래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박석규부장은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터넷 거래를 불신하는 소비자 심리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소비자 피해보상기구 등을 구성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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