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등 여권은 이번 임시국회의 마무리와 관련해 이제 남은 것은 단독처리 강행이라는 「외길」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국회 529호 안기부 문서 탈취사건」으로 야당의 협조를 전제로 한 국회운영은 이미 물건너 갔다고 판단한 것이다.국민회의는 4일 밤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주재의 비상대책회의에서 정면돌파 방침을 분명히 했다. 여권이 단독처리의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현안은 개혁·민생법안. 정쟁으로 개혁·민생법안의 통과가 계속 지연될 경우 국민이 고통을 받게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경제청문회와 관련된 사항을 단독처리할 지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황이며 비리 정치인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는 선별처리쪽으로 방침을 굳히고 있다.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는 본회의에 회부돼 있는 70여건, 법사위에 계류중인 60여건을 5일의 본회의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키로 했다. 가능하면 여야의 합의처리를 도모하되 한나라당이 응하지않으면 단독처리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의 방해로 법사위가 열리지 못할 경우엔 국회의장이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여권은 또 예정대로 8일부터 경제청문회를 실시하기 위해 특위구성 및 국정조사계획서를 단독처리할 지를 놓고 심사숙고중이다. 의장 직권에 의한 특위구성에 대해 난색을 보이던 박준규(朴浚圭)의장이 새해들어 「조속 처리」입장을 밝혀 여권의 청문회 강행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체포동의안의 처리와 관련해선 그 대상에 여당의원도 포함돼 있고 그동안 여권 핵심부가 국회에서의 「불처리」방침을 밝혀왔기 때문에 껄끄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권은 이를 고려,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만을 선별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그러나 여권의 정면돌파 방침이 현실화할 지는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안기부의 「정치사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여당의 국회 단독운영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민생법안 처리까지 저지할 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입장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경제청문회 관련사항및 체포동의안 처리는 어림도 없다는 게 야당의 확고한 입장이다. 공동여당 내부의 공조가 순조로울 지도 변수다. 대전시지부 압수수색으로 심사가 뒤틀려 있던 자민련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개된 안기부 문건중 「내각제 개헌합의 무효화」라는 직격탄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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