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이 겪고 있는 식량난의 참상이 바로 이 지경이다.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가족해체」의 단계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견해다. 관계당국은 배고픔때문에 북한을 탈출, 제3국에서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숫자가 수만명에서 많게는 1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가난은 임금님도 속수무책」이라는 옛말과 같이 우리의 대북포용정책도 이들 탈북민들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북한국경을 넘어 만주 일대에서 숨어지내며 「꽃제비」 행각을 하고 있는 어린이 숫자만도 최소 2만명에 달한다는 보도(구랍 30일 한국일보 23면)는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이들 대부분은 재중동포 밀집마을에 몰래 숨어들어 구걸행각등으로 연명해 가고 있다고 한다. 이들중엔 배고픔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버린 가족해체로 고아아닌 고아가 된 경우가 상당수다. 또 부모가 아사 또는 병사로 고아가 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에앞서 구랍 20일 KBS 1TV가 방영한 한 탈북자의 잠입 리포트는 북한의 기아참상을 생생하게 전했다. 진창바닥에서 음식찌꺼기를 주워먹는 어린이, 시궁창을 뒤지는 어린이, 자신의 좌판 부근에서 음식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어린이를 쫓기 위해 마치 파리떼 쫓듯 팔을 휘젓는 무표정한 상인의 얼굴 등이 인간성 파괴의 실상을 전해준다.
정부가 대북정책의 기조를 지금까지의 상호주의원칙에서 다소 탄력성을 부여하려는 자세는 이해가 된다. 북한의 참상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동포애적 발로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유도할 책임 역시 정부의 몫이다. 올해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부문은 대북관계 개선이다.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시중엔 각종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위기설은 곧 끔찍한 전쟁을 의미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한다는 자세로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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