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에서 흔히 쓰이는 속담에 「빛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다. 겉은 그럴싸한데 실속이 없다는 뜻. 이를 증시 버전으로는 「S상사 주주」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S상사는 서울시내 모 극장을 운영하는 기업. 회사가 설립된지는 40년, 상장된지도 30년이나 된다. 지난 연말종가는 3만3,900원. 925개 상장종목중 주가가 액면가를 밑돈 주식이 354개나 되는데 비하면 상당한 고가주이다. 연초 주가(2만4,500원)에 비해서도 38%라는 수익률을 낸 만큼 외형상 괜찮은 주식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어찌어찌해서 이 회사 주식을 갖게 된 A라는 초보투자자가 『이렇게 좋은 주식을 갖고 있다』고 자랑한다면 당장에 「빛좋은 개살구」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래가 안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전체 상장 주식 20만주 가운데 1년 동안 거래된 총 주식수는 1만2,350주. 지난해 봄 1,430주가 하루에 매매된 「이변」을 제외하곤 거래가 된 날보다 안된 날이 많을 정도였고 지난 연말 폭발장세에도 하루 120주가 거래된 게 최고였다. 이처럼 거래가 안되는 까닭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주식이 없어서이다. 명목상 주요 주주의 지분은 32%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주식도 대부분 일반투자자가 아닌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가족 경영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또 증시에서 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한 적이 한번도 없고, 94년 이후에는 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한 적도 없다. 커다란 계기가 없는 한, 물량이 어쩌다 시중에 나온다 하더라도 사정을 아는 투자자라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게 당연하다.
S상사를 비롯, 상장종목중 지난해 연간 거래량이 50만주에도 미치지 못한 종목이 88개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는 지난 연말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우선주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배당수익이 높은 우선주는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일반투자자들이 더 많이 찾아야 하는게 상식이지만 국내시장은 아직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또 부도등으로 인해 관리종목에 편입된 종목들도 거래량 하위종목들에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들 종목은 극단적인 경우라 치더라도 일반투자자들은 일단 거래량이 동종업종이나 다른 주식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종목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겉모양이 아무리 좋아도 필요할때 사고팔지 못하면 헛일이기 때문이다. 「사기 힘든 주식은 팔기도 힘들다」「주가는 거래량의 그림자」라는 증시 격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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