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는 3일 국내파트 직원들이 비상대기중인 상황에서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비상회의를 가졌다. 회의에는 이종찬(李鍾贊)안기부장 나종일(羅鍾一)1차장 신건(辛建)2차장을 비롯 관련 부서장 10여명이 참석, 「안기부 문서 탈취사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회의 벽두에 이부장은 『한나라당의 국회 529호실 난입과 기밀문서탈취는 불법행위로서 법대로, 원칙대로 정면 대응하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다른 참석자들도 『더 이상 정치공세에 밀릴 수 없다』고 말하는 등 회의는 시종 무거우면서도 격앙된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회의는 이어 참석자들의 토론을 거쳐 크게 세 가지 결론을 내렸다. 첫째, 안기부가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고 둘째, 국회 정보위원회의 또다른 자료열람실(528호)에 비치된 기밀문서들을 모두 철수시키며 세째, 안기부가 정치사찰을 하지않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 적극 홍보한다는 것이다.
한 고위인사는 안기부의 직접수사여부에 언급, 『그러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면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에 맡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529호실 외에도 국회 정보위 옆에는 「이대성 파일」등 주요 기밀문서가 보관돼있는 자료열람실 528호실이 또 있다』면서 『야당이 무작정 난입하는 상황에서는 그 곳의 기밀문서를 철수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특히 역점을 두기로 한 사안은 정치사찰과 통상첩보 활동의 차이점을 국민에 설명하고 안기부 개혁을 적극 홍보한다는 대목. 황재홍(黃在弘)공보보좌관은 『정치사찰은 미행 도청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치인의 약점을 캐내 이를 빌미로 정치공작을 하는 것』이라며 『이번 문서는 통상첩보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기부가 현 정부 들어서 정치권 정보를 악용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면서 『국가정보기관이 첩보활동조차 못하고 아무 것도 모른다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문제된 연락관의 메모를 보면, 신문에 나온 내용 이상 더 있더냐』면서 『정쟁에 안기부를 끌고들어가는 행위는 자제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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