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일 「529호실 사건」에 필사즉생(必死卽生)의 대응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안기부의 정치사찰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난 한해동안 수세에 몰려왔던 당의 존립위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 때문이다.한나라당의 초강경 분위기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상황인식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총재는 이날 상임고문단-총재단-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여당은 우리당이 이런 일을 하지 않았더라도 금년들어 한나라당을 죽이려고 했는데, 빠르게 죽이느냐, 속도를 천천히 해서 슬슬 죽이냐의 차이밖에 없다』며 『이왕 죽인다면 빠른 속도로 빨리 죽는 것이 낫다』고 비장한 각오를 피력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번 사건을 『불법난입및 기밀문서 탈취사건』이라고 펄쩍뛰는 여권의 태도야말로 적반하장이라며 역공했다. 김덕룡(金德龍)부총재는 『강도잡으러 들어갔는데 주거침입이라고 덮어씌우는 것이야말로 파렴치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성명에서 『국민회의측이 친절하게 정치사찰의 정의까지 내리며 상황을 호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 당황한 모양』이라고 비아냥댔다.
여권의 고강도 「파상공세」에 대해서는 『정치사찰이라는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기만행위』라고 맞받아쳤다. 구랍 31일 529호실 개문(開門)합의를 4차례나 해놓고 번복한 것이 단적인 사례라는 주장이다. 안대변인은 이와관련,『야당의원 사찰, 여당중진관련 비리의혹설, 내각제 저지대응전략등 정국을 강타할 폭발성 내용들을 미리 감지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종찬안기부장의 사실왜곡 사항」이라는 자료를 배포, 『여야의원 동향과 내각제 관련 대응전략이 (안기부 직원의)개인 메모이며 증권가 소문이냐』는 등 이부장의 해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조만간 이총재의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장내외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여권이 사정대상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물리력 동원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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