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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의 억울한옥살이] "죄없다면서 안풀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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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의 억울한옥살이] "죄없다면서 안풀어줘요"

입력
1999.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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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에게 무죄취지의 판결을 내리고도 구속취소나 보석허가를 하지 않아 최고법원이 스스로 「불구속재판 원칙」을 위배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파기환송된 사건은 통상 무죄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한달 이상씩 걸려 법원의 잘못된 관행으로 피고인들이 부당한 옥살이를 더 하고 있다.폭력조직에 가담한 혐의로 교도소에서 5년을 보낸 김모(35)씨는 97년 12월 말 강원 원주 시내에 새로 개업한 유흥업소 업주를 협박, 지분을 강탈한 혐의로 다시 수감됐다. 김씨는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1·2심 재판부는 모두 징역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김씨는 이에 불복, 상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해 12월22일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 김씨는 구속 1년여만에 누명을 벗었다.

그러나 김씨는 아직도 석방되지 못하고 재판기록이 서울고법으로 보내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판결하고도 보석이나 직권으로 구속취소를 하지않아 기록이 송부된 뒤에야 서울고법에 보석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맡은 유모 변호사는 『대법원에 보석을 신청하는 것은 통례에 어긋나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무죄취지 판결을 받고도 피고인이 석방되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연 평균 4,000여건의 형사사건 중 완전무죄 또는 일부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는 사건은 100여건. 이 가운데 원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피고인에게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은 매년 10여건을 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법원이 보석을 허가한 사건은 단 2건. 90년 10월 탈세 등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처남 이창석(李昌錫)씨와 법원의 업무착오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고인에 대한 보석허가가 전부다.

특히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을 대법원이 직권으로 구속취소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대법원은 『원심판단이 잘못됐을 경우 바로 무죄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판단부분을 재심리할 것을 원심법원에 지시하는 것인 만큼 보석을 허가하거나 직권으로 구속을 취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을 하급심에서 거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설령 하급심에서 다시 유죄판결하더라도 어차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는게 현실인 만큼 무죄취지 파기환송은 무죄확정이나 거의 다름없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원재(李源載)변호사는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은 피고인의 범죄혐의가 없어 구속사유가 소멸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대법원이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구속취소나 보석허가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정철·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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