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경제부기자「육국, 구국, 시비국…」
발음만으로는 고깃국인지, 나라를 구한다는 것인지, 시비를 거는 국인지 알수가 없다. 지난달 30일 간부인사를 발표한 금융감독원의 국 명칭이다.
4개 감독기관을 통합, 새로 출범하면서 주요 부서명칭에 일률적으로 숫자를 매기는 바람에 검사국과 감독국이 각각 14국, 10국까지 생겨났다.
인사내역을 살펴보던 한 금융계 인사는 『(발음상) 18국까지 안 생긴게 다행』이라며 『담당업무를 전혀 알 수 없는 숫자로 부서명칭을 결정한 것은 행정편의주의 내지는 권위주의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합이전에도 은행감독원은 검사1∼5국, 보험감독원은 검사1∼3국 등으로 분류돼 있었지만 업무영역이 상대적으로 좁아 불편은 덜했다. 그러나 42개나 되는 국을 갖춘 금감원을 만들면서도 숫자를 부서명으로 사용, 이제는 어느 국이 은행 증권 보험을 담당하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금감원 설립위원회 관계자는 『일반인이 아닌 금융기관들이 주된 접촉대상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초 업무영역에 따라 은행검사1, 2, 3국, 증권검사국, 신용감독국 등을 부서명으로 할 것을 검토했으나 이 경우 감독기구의 「화학적 통합」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감독을 받는 「약자」인 금융기관들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식으로 들린다. 또 금감원 역시 넓은 의미의 대민 봉사기관이라는 점에서 볼 때도 내부의 「화학적 통합」보다는 일반국민과의 긴밀한 결합이 우선이다. 94년 재정경제원 출범당시에도 비판여론을 수용, 금융1, 2심의관(국장급)을 은행보험심의관, 증권국제금융심의관 등으로 이름을 바꾼 적이 있다. 금감원이라는 조직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되새겨 볼 만한 여유와 양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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