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와 비슷한 선언이 1년 전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3사는 IMF 경제난의 첫 한파가 들이닥쳤던 당시 비장한 각오와 내용으로 개혁을 다짐했으나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KBS는 공영성 강화를 위한 의미있는 시도 속에서도 다시 드라마 수와 방영시간을 늘려 개혁의 빛을 바래게 했다. MBC는 멜로드라마 「보고 또 보고」에서 흥미위주일 뿐 국민정서에 맞지도 않는 겹사돈 성사과정을 통해 시청률 경쟁에 매달렸고, SBS도 「백야 3.98」 「승부사」등 폭력적 드라마에 치중했다.이번 방송3사의 긴급선언은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방송의 선정성 비판과 사회적 책임강조, 강원룡 방송개혁위원장의 「방송프로 불량식품론」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우리 TV 프로는 지나치게 소비지향적·말초적 상업주의에 물들어 있고, 따라서 시청률을 의식해야 하는 메커니즘에 젖어 있어 개혁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IMF 체제 1년 동안 국민의 문화비용은 줄고 TV 시청시간은 늘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국민이 전보다 더 TV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 방송사는 이 점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지금 경제회생의 청신호가 보인다지만, 경제난이 완전히 극복될 때까지는 몇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방송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오히려 프로의 공익성 실현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일본의 NHK나 영국의 BBC 처럼 건강하면서 유익하고, 미래지향적이고 과학적인 사유를 유도할 수 있는 프로를 구축해가야 한다. 현재 방송사와 관계부처 간에는 KBS 2의 광고를 폐지하는 대신 TV수신료를 인상하고, MBC와 SBS의 긴 프로그램에는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문제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방송3사의 공익성 강화 강조가 단지 이 문제를 겨냥한 사전포석이어서는 안된다.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허용 여부는 국민이 동의할 만한 수준으로 TV의 공익성이 실현된 후에 거론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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