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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장인에서 교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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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장인에서 교수로

입력
1999.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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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예는 무공해다. 골동품은 낡아도 쓰레기장으로 가지 않고, 끊임없이 새 주인을 맞으며 유통된다. 옹기와 방짜유기, 은기 등은 무공해이면서 현대 공해의 독성까지 해소시켜 준다. 고급 승용차 벤츠와 해저 광케이블에는 품위있는 광택을 오래 유지하고 오염을 막기 위해 옻칠이 사용된다고 한다. 전통공예에는 조상의 미학이 살아 있고, 그 재료에는 미래의 환경적 비전이 숨어 있다.■최근 전통장인 58명이 한꺼번에 교수가 됐다. 구랍 29일 한양대 전통미술원 개원식에서 새로 교수가 된 이칠룡(나전칠기 전문)씨는 『생을 다하는 날까지 전통문화를 지키고 전승시키겠다』고 말하며 목이 메었다. 그의 연설이 끝나자 300여명의 동료 장인도 눈물을 글썽이며 뜨겁게 기립박수를 쳤다. 장인들은 『우리들 대부분의 학력은 무학·국졸·중졸인데 「외길을 열심히 걸으면 학력이 없어도 괄시받지 않고 전문가로 대우받는 날도 있구나」생각하니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전통적 방식대로 소반을 만들고, 옹기를 굽고, 단청과 탱화를 그리던 장인들은 교수 풀제에 따라 인천가톨릭대와 한양대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 3월부터 양교에서는 이론을, 크리스찬아카데미와 서울 근교의 실습장 등에서는 실기를 각각 가르친다. 이를 기념하는 「전통공예특별전」(2월28일까지, 한양대 백남정보관)에는 하루 2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리고, 수강신청을 하는 일반인과 대학생도 하루 4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통전수에 젊은이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점도 이채롭다. 낮은 학력의 미용사와 빵기술자, 목수, 대중가수 등이 대학교수가 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4년 전부터의 일이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가치를 우리가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가 문화와 산업등 사회전반에 널리 파급돼 국가적 경쟁력을 높이고 학력파괴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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