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은 우리가 책임집니다』모두들 조용히 새해설계를 끝내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을 2일 새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정문 앞의 한 빌딩만이 창문마다 환한 불을 뿜어냈다. 「고시촌」을 「벤처타운」으로 바꾼다는 계획에 따라 지난 연말부터 젊은 벤처기업가들이 입주하기 시작한 9층짜리 「오성벤처빌딩」이다.
이 빌딩 401호. ㈜솔텍 인더스트리 사무실에서 고홍만(36)사장 등 6명의 「야심가」들이 꼬박 밤을 밝힌 채 새해 둘째날을 맞았다. 이들은 기존 음주측정기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나면서도 사용이 간편하고 싼 제품을 개발, 이달 중순 국내 시판과 해외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형석(35)개발부장이 주축이 돼 개발한 이 제품은 지난해 한국발명진흥회 주최 발명품경진대회에서 동상을 차지했고 기술특허도 받았다. 고사장은 『아직 생산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제품을 보내달라고 독촉하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며 열흘째 밤샘작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짝 웃었다.
솔텍은 또 전자맷돌도 곧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마찰부분을 맥반석으로 만들어 중금속 오염문제를 말끔히 해소했으면서도 전통맷돌의 장점을 그대로 살렸다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고사장은 『올 한해 매출 200억원 정도는 문제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같은 시간 6층 선주텔레컴의 양재룡(30)대표와 14명 직원들도 전화와 인터넷을 통합한 보다 발전된 형태의 통신소프트웨어 개발에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있었다. 이 회사는 음성인식과 인터넷 정보통신 분야에 관한한 이미 국내외에서 만만치 않은 기술력과 창의력을 인정받은 업체. 전화와 컴퓨터를 연결, 녹음한 음성메시지를 동시에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는 「알림콜」서비스와 「부팅메니저 프로그램」이 바로 이 회사의 제품이다.
『컴퓨터 칩이 내장된 전화기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문장을 인식, 고객의 주문까지 자동처리할 수 있는 「매직」프로그램을 개발중』이라는 양씨는 『곧 본격 시판에 들어가면 아마 정보통신 시장에 또다른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대학시절 비디오숍 관리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일찌감치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양씨는 이제 목표를 세계시장 석권에 두고있다.
창의력 하나로 무장한 이들 젊은 벤처기업인들은 같은 건물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해가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 공대와 관악구청이 손잡고 지난해 중순부터 본격 조성에 들어간 「관악 벤처타운」에는 지금까지 이들을 포함해 5개업체가 입주한데 이어 이달에만 10개업체가 추가 입주, 칙칙하게 가라앉은 주변 고시촌의 분위기마저 바꿔가고 있다.
『단 1%의 성공가능성을 보고 뛰어드는 것이 벤처기업가 아닙니까. 탄탄한 기술력과 젊은 패기, 창의력에다 각종 행정편의까지 뒷받침된다면 못할 게 없죠』 새로운 세기를 향한 당찬 도전의 열기가 벤처타운에 넘쳐나고 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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