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유러에서 유럽의 경제 대통령으로」.99년의 「뉴스 메이커」는 단연 빔 다이전베르흐(63) 유럽중앙은행(ECB)총재가 될 것이다. 그는 새해 첫 날 공식적으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러 동맹 11개 가입국 중앙은행들로부터 통화주권을 넘겨 받는다. 유러화의 역내 금리를 결정하고, 유럽의 경제정책을 총지휘하는 사령탑이 되는 것이다. 사실상 유럽의 어느 지도자보다도 막강한 권력을 한 손에 거머쥔 셈이다.
그의 영향력은 비단 유럽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2억 9,000만의 인구와 전세계 총생산의 19.4%, 국제무역의 18.6%에 달하는 유럽의 경제가 그의 손 안에 든 이상, 그는 어느 초강대국의 지도자 못지 않은 힘을 발휘할 것이다.
다이전베르흐의 당면 목표는 유러의 안정적 착근(着根). 『격심한 산고 끝에 탄생한 유러의 성패는 엄격한 통화정책에 달려 있다』고 믿는 그는 우선 각국의 재정 안정에 역점을 두고 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유럽통화기구(EMI)의장, 그리고 ECB총재 등 그의 주요 이력을 관통하는 일관된 경제철학도 바로 안정이었다. 「느림보」라는 그의 별명처럼.
그의 선출 과정엔 논란이 있었다. 지난 해 5월 ECB 총재선출 과정에서 유럽의 패권을 겨뤄 온 독일과 프랑스는 각자가 미는 후보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친독일계인 다이젠베르흐가 4년간 총재직을 맡는 대신 잔여 임기는 장 클로드 트리셰 프랑스 중앙은행총재에게 넘긴다는 양국간의 밀약이 합의됐다. 하지만 다이전베르흐는 최근 8년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의욕을 비치고 있다. 때문에 프랑스측이 그의 총재직 수행을 계속 용인할 지가 그의 앞길에 변수다. 일각에선 막강한 ECB 총재의 권한을 다소 축소하자는 논의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그가 이같은 파고를 헤치고 막 출범한 「유러호」의 닻을 제대로 내릴 수 있을 것인지, 99년의 세계는 주시하고 있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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