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가 열린다. 21세기 우주는 공상이나 모험의 공간이 아니라 생활의 공간이다. 인류를 탄생시킨 지구는 이제 비좁다. 다른 항성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때로 무모하고 위험한 실험이 진행되며 때로 획기적인 상상력을 발견할 수 있다. 우주의 한계를 확인하고 그 비밀을 풀려는 도전은 인간이 자신과 대면하는 문제이다.더 멀리, 우주의 끝으로. 천문학자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 더 큰 망원경을 만들고, 이를 위성에 띄워보내는 시도까지 한다. 이제 그들이 도전하는 것은 우주의 한계다. 산꼭대기에 거대망원경을 세우고 지구보다 큰 전파안테나를 만들며 중성미자를 통해 망원경에 잡히지 않는 별까지 찾아낸다. 언젠가는 과학이 우주의 시작과 끝을 발견하리라 믿으며 21세기의 바벨탑을 짓는 천문학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새로운 발상 중성미자망원경 먼 별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검출함으로써 천체의 운동과 존재를 관측한다. 최근에야 정립된 이론에 따른 최신기술. 87년 일본의 중성미자검출기 슈퍼 카미오칸데가 초신성 폭발때 중성미자를 관측하면서 소립자물리학과 천문학이 접목했다.
중성미자(Neutrino)란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 중 하나. 다른 입자와 거의 반응하지 않아 광대한 우주를 그대로 뚫고 지난다. 때문에 빛으론 보이지 않는 별도 지구까지 중성미자를 보낼 수 있다. 결국 중성미자망원경은 광학·전파망원경으로 볼 수 없는 천체를 그 중심부의 운동까지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이를 감지해 내는 일은 여간 어렵지 않다. 깨끗한 물(값이 싸므로) 속에 광증폭관을 여럿 달아 중성미자가 물의 전자와 탄성충돌(당구공이 부딪히는 것과 같은 충돌)하면 전자의 운동량을 재서 어디에서 온 중성미자인지 알아낸다. 슈퍼 카미오칸데는 인공 땅굴을 파고 5만톤의 물을 채웠다. 미국 중심의 아만다(AMANDA)프로젝트는 남극 빙하에 뜨거운 물을 부어 구멍을 뚫은 뒤 검출기를 1,000㎙ 깊이로 심었다. 그리스 앞바다에 검출기를 늘어뜨리는 네스토어(NESTOR), 바이칼호 해저에 설치하는 바이칼프로젝트도 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97년 하늘(High-energy Astrophysical NeUtrino Laboratory·HANUL)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이원용교수와 호윤실박사, 국내 송진섭(경상대) 박성근(고려대) 이해심(충청대)교수등이 참여한다. 2007년까지 110억원을 들여 12x4㎙짜리 검출기 25개와 거대한 원형자석을 만들어 중성미자의 부산물인 뮤온이 자장 안에서 휘는 정도를 관찰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중성미자를 관측한다. 서울대와 이화여대의 교수들은 중성미자망원경을 위성에 실어 띄우는 새 프로젝트를 계획중이다.
◆지구보다 더 큰 전파망원경 지구보다 3배나 큰 전파망원경도 있다. 언뜻 보아선 말도 안된다고 하겠지만 지구와 상공을 잇는다면 가능하다.
전파망원경은 안테나, 수신기, 그리고 전파신호를 시각화하는 컴퓨터로 구성돼 천체가 빛과 함께 방출하는 전파를 관측한다. 그런데 전파안테나를 여러 개 늘어놓고 주파수를 조율하면 떨어진 거리만큼 큰 안테나 효과를 낸다. 안테나가 많을수록 감도는 높아진다. 이것이 합성전파망원경이다.
일본 우주항공과학연구소는 97년 안테나를 실은 뮤제스B 위성을 최고 고도 2만㎞ 상공에 띄웠다. 이를 세계 곳곳에 위치한 안테나 40개와 연계해 지름 2만6,000여㎞(지구의 지름을 포함)짜리 합성망원경을 만들었다. 총 15개국이 참가한 초장간섭계(VLBI)우주관측프로그램이다. VLBI망원경의 「시력」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도쿄의 쌀알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비유된다. 지난해 9월 이미 수십억광년 떨어진 준항성체(퀘이사)를 발견하는 쾌거를 올렸다.
◆남유럽천문대의 거대망원경 세계에서 가장 큰 광학망원경은 남유럽천문대(ESO)가 칠레 북부 아타카마사막의 해발 2,650㎙ 파라날산 정상에 짓고 있는 거대망원경(The Very Large Telescope·VLT)이다. 거대망원경은 지름 8㎙짜리 망원경 4개를 결합시켜 16㎙짜리 망원경의 성능을 발휘한다. 현재 지상 최대의 광학망원경인 미국 켁망원경(10㎙)을 능가하는 것이다. 위치를 파라날산 꼭대기로 정한 이유는 맑은 날이 많고 관측의 방해가 되는 대기중의 산란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첫번째 망원경이 세워졌고 2001년 모두 완성될 계획. 1㎙짜리 보조망원경 3개를 부착시키면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으며 적외선부터 자외선까지 다양한 파장을 감지한다. 남유럽천문대는 『허블천체망원경보다 성능이 뛰어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 「공사」엔 총 16억5,000만프랑(3,530억원)이 투입되는데 프랑스 독일이 4분의1씩,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벨기에 스웨덴 덴마크가 나머지를 분담한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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