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무원장선거에서 분규와 관계가 없는 제3의 인물이라고 할 고산스님이 당선된 의미는 크다. 이것은 분규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총무원장 후보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종단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그만큼 소속승려들 조차 반복되는 종단분규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종단지도층은 이번 선거의 의미를 곰곰이 되씹어야 한다.총무원에서 쫓겨난 정화개혁회의측도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종정의 교시를 앞세워 별도 총무원을 차린다고 하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이번 총무원장선거에 선거인단의 90%가 참여했다는 것은 정화개혁회의측의 활동이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부터라도 종단화합을 위해 새 총무원팀과 대화를 통한 분규수습에 나서야 한다.
이같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것이 바로 종단의 「큰 어른」인 월하종정이다. 월하종정은 이번 분규에 처음부터 간여하다가 불신임까지 당해 권위에 상처를 입었지만, 종단에 마지막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정화개혁회의가 별도 살림을 차려 종단이 두 조각 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것이 월하종정에게 남아있는 임무다.
총무원 새 집행부도 정화개혁회의측을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나친 징계는 또다른 분규를 잉태할 뿐이다. 이들과 대화를 통한 분규수습을 도모하는 한편 종단의 분규체질을 바꿀 수 있는 근본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 4년동안 조계종은 제도적으로 많은 개혁을 했다고 하지만, 마음의 개혁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음이 이번 분규로 드러났다.
『승려가 승려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수행·정진하는 것이 불교개혁의 첫 걸음』이라는 고산총무원장의 당선인터뷰 내용에 동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조계종은 이번 분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마음의 개혁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종단과 사찰운영에 신자들이 참여토록 하여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만이 조계종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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