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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1998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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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1998년의 교훈

입력
1998.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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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발견한 상대성원리를 설명하면서 『멋진 여자와 2시간을 앉아 있어도 1분같이 짧게 느껴지지만, 뜨거운 난로 위에 단 1분을 앉아 있어도 2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 해를 보내면서 문득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떠오르는 것은 1998년이 가른 명암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말하고 흘리는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가 올해따라 새삼스러운 것은 혼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두둑한 보너스 없이는, 질펀한 망년회 없이는, 푸짐한 선물꾸러미 없이는, 내년에 월급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없이는 한 해가 저물 수가 없었다. 참으로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1998년에 그것은 「전설」이 됐다. 거리에는 집없는 노숙자들의 비참한 배회가 있고, 등산로에는 그보다 형편이 조금 나은 실업자들이 넘친다. 직장에 붙어있는 사람들도 보너스는 커녕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파리목숨이다.

■1998년은 고통스러웠지만 성숙한 나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전환점이기도 했다. 역사적인 여야정권교체로 정치뿐아니라 사회 각분야에 걸쳐 구조조정의 계기가 마련됐다. 은행부채로 문어발확장을 하던 재벌들의 봉건적 경영형태가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혼돈 속에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관치를 없애기 위한 관치」의 모순 속에 빠져들고, 국민은 거품으로 회귀하려는 속성을 너무 빨리 드러내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 날 31일 청와대의 대통령에서부터 서울역의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감회가 많은 하루일 것이다. 지난 한해가 10년같이 길었을 수도 있고 하루같이 짧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간 것은 값진 경험일 수는 있어도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다. 올해 남은 하루를 길게 길게 보내며 내년을 꿈꾸자. 내일이면 1999년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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