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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에게(서화숙 문화과학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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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에게(서화숙 문화과학부차장)

입력
1998.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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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나와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남자들 반응이 그게 뭐 이야기가 되느냐는 투였다. 어쩐지 남자들이 휴일에도 회사일에 열성적이다 싶었더니 아내 눈치가 보여 밖으로 나오는 남편들은 택시운전사 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경기가 어려워진 올해가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이 주부들의 점심 예약으로 꽉 찬다는 몇 년전 이야기이다.최근 들어서는 직장이 없는데도 무조건 밖으로 나서야 하는 남편들이 많다고 한다. 젊기 때문에 새 직장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이들이 아니라 조기퇴직을 한 50대 중반 이후의 남성들이 그렇단다. 명예퇴직금을 두둑히 받아 노후 걱정이 전혀 없어 보이는 남성들까지 예외가 없었다.

집에 있으면 아내한테 심부름을 많이 시켜서 미움을 샀나 했더니 그도 아니었다. 굳이 이유를 단다면 『그저 아내눈치가 보여서』. 그 뿐이었다. 서울역의 노숙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아내 보기 면목 없어서 멀쩡한 집을 놓아두고 거리를 떠도는 이들이 꽤 되었다. 회사일에 매달리며 몇 십년을 살다 보니 어느 새 안방 뿐 아니라 집 전체가 아내의 공간이 되었고 직장을 잃은 남편은 갈 곳도 잃은 셈이었다.

이보다 더 딱한 이들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아내눈치를 보는 남편들이다. 월급이 깎여서, 회사일에 바빠 집안일을 돌보지 못해서 기죽어 사는 남편들이 한 둘이 아니다. 아내에게 저녁 차려 달라기 미안하다는 이유로 밥을 사먹고 들어가는 남편도 적지 않다. 그 아내들이 다른 일로 바쁜 사람인가 하면 그도 아니었다. 아이들 돌보는 일만 해도 벅차니 남편은 알아서 살라는 것이다.

아내라고 남편한테 기죽어 살라는 법이 없듯이 남편 역시 삶의 동반자요, 살가운 가족으로 대접을 받아야 할 것이다. 남편을 돈버는 기계로만 생각하는 아내들의 태도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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