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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대학 구조조정과 시장원리(김상태 이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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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대학 구조조정과 시장원리(김상태 이대교수)

입력
1998.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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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도 서서히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학부제로의 개편이 그것이다. 그 취지가 그동안 교육공급자의 입장에서 교육하던 것을 교육수요자의 입장에서 교육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학생이 원하는 대로 전공도 정하고, 수강도 학생이 원하는 대로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대학을 보는 가치관에 일대 변화가 온 것을 의미한다.대학을 흔히 상아탑이라고 해 왔다. 그 말 속에는 시정의 원리를 적용할 수없는 고고(孤高)한 곳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아니다. 그 동안 대학 당국들도 너무하긴 했다. 돈이 적게 드는 인문사회학 관련 학과만 증설하는데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어떤 학과를 만들든 학생은 몰려오기 마련이었고, 전공과목이 재미없어도, 적성에 맞지않아도 우선 대학에 붙고 보자는 심산으로 학생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가능한 한 돈이 적게들고 수지가 맞는, 그러니까 대학교수의 입만 있으면 되는 학과의 증설만을 꾀했던 것이다.

이제 학부제가 되어 전공을 학생들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되니 사회에서 인기있는 직종의 과목에 수강생이 모여든다. 이전에는 교수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인기강의가 결정되었지만, 이제는 실용과 비실용에 따라 인기강의가 결정될 것이다. 마침내는 순수학문의 강의는 폐강되는 사태가 비일비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터무니없이 부풀려졌으니까 좀 없어져도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학에서조차 전적으로 시장의 원리에 의해서 지배당한다면 한국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지않을 수 없다.

당장의 생활을 위하여 혹은 당장의 취직을 위하여 학원이 필요하다면, 대학은 보다 고차적인 인간을 양성하기 위하여, 혹은 인류의 먼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필요하다. 수요자를 위한 교육은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교육목표가 설정될 위험이 크지만 대학은 인류의 공동목표, 혹은 그 이념의 실현을 위하여 교육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원리에 의해서만 대학의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은 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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