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가」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음이다. 개인의 윤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이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정답」을 궁리하지만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토 히사다케 교토대 문학부 교수가 지은 「현대윤리에 관한 15가지 질문」(서광사)은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대처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앞의 질문을 포함해 「남에게 폐만 끼치지 않는다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괜찮은가」「열 사람의 에이즈환자에 대해 특효약이 한 사람분밖에 없다면 누구에게 줄 것인가」등 15가지의 「알쏭달쏭한」 질문을 던지고 올바른 답변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질문에 대해 간단하게 「예스」「노」라고 대답하지는 않는다. 윤리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원리적인 문제와 응용논리학에서 논의되는 쟁점들을 자연스럽게 도입해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언제 접할지 모르는 더욱 난처한 질문에 대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판단하기 힘든 딜레마에 빠져 새로운 윤리적 원칙을 결정할 필요가 발생했을 때 제 시간에 바른 결론을 내릴 수 있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훈련의 장이 윤리학인 셈이다.
다음은 맨 처음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답변. 「거짓말도 방편」이라고 주장한 키에르케고르는 분명 용서받을 수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칸트는 어떠한 경우이든 거짓말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만약 나치가 숨어 있는 유대인소녀 안네 프랑크의 행방을 묻는다면 분명 모른다고 잡아떼겠지만 이같은 행위가 용서받기보다는 개인적 죄로 남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흔히 「더 큰 선」혹은 「최소한의 악」을 행하기 위해 정당시되는 거짓말도 칸트에 의하면 용서받지 못한다. 김철훈기자
>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