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생활자의 지갑은 「유리 주머니」로 불린다. 얼마가 들어가고 나가는지가 밖에서도 투명하게 보인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전문직 종사자들은 60% 정도, 도시자영업자들은 20% 가량만 소득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다. 그만큼 정확한 소득규모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는 역설적으로 IMF체제가 걱정을 많이 덜어주기는 하겠지만, 샐러리맨들은 연말 보너스 봉투에서 떼는 세금으로 한숨을 쉬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 관계자조차 『보너스 봉투 보기가 두렵다』고 할 정도다.■국세청은 올해 세수목표 63조999억원보다 2,400억원 정도가 추가 징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세수부족이 우려됐으나 더 많이 걷힌다니 다행이다. 공기업에 대한 조사 및 법인신고관리 강화 등으로 법인세 분야에서 3조6,000억원 정도 늘었고, 음성·불로소득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로 1조4,000억원을 추가로 징수했기 때문이다. 음성·불로소득자로부터 거둔 탈루세금은 97년에 비해 무려 6배에 이른다.
■얼마전 국세청이 발표한 탈세수법을 보면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 열명의 순경이 한명의 도둑을 못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일반인의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IMF 위기를 극복하자며 금모으기가 한창일때 이를 악용해 세금을 빼돌렸을 정도다. 정부는 입만 열면 음성·불로소득자 색출, 상속·증여세 강화 등을 외쳐왔지만 언제나 걸리는 것은 「피라미」뿐 이었다는 세간의 지적이 증명된 셈이다.
■조세의 기본은 공정성과 형평성이다. 내가 얼마의 세금을 내느냐 보다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 낼만큼 냈느냐가 문제다. 부당하게 많이 냈다고 생각할 때 조세저항이 생긴다. 이는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민간의 위화감 심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능적이고 악질적인 탈세부터 막아야 한다. 그러면 사회정의 구현, 분배제도 개선은 훨씬 앞당겨진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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