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무역로를 해적들이 위협하고 있다. 9월 신영주(51)선장 등 한국인 선원 두 명과 중국 선원 12명이 파나마 선적 텐유호에 알루미늄괴 3,000여톤을 싣고 가다 화물과 함께 실종된 곳은 인도네시아 말라카해협. 국제해사기구(IMO)는 인도양과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이곳과 홍콩과 필리핀 루손섬 사이의 해역 등 남중국해 일대를 전세계 해적 피해의 절반 이상이 발생하는 최대의 해적소굴로 꼽고 있다.하루 평균 600척 이상의 대형 선박이 지나는 해상 교통의 요로인 말라카 해협에는 10여년 전부터 해적들이 활개를 쳐왔다. 좁고 길다란 모양의 지형 때문에 통과 선박들은 쉽게 타깃이 되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들의 경비가 심해지자 잠시 주춤하던 해적 활동은 최근 들어 인도네시아 정정불안과 경제위기를 틈 타 다시 늘고 있다. IMO가 공식집계한 올해 상반기 전세계 해적 피해는 143건. 이 가운데 약 80%가 남중국해 등 아시아에서 발생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해적은 중국 남부지역을 근거지로 한 중국인들이 대부분이며 중국군으로부터 흘러나온 중국제 무기들로 무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적들의 고전적인 약탈 대상은 전자제품이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인 경제난으로 암시장 수요가 늘어난 중유, 디젤유 등의 원자재까지 약탈하고 있다. 이들은 목표로 삼은 선박이 출항지에서 선적한 화물명세서까지 미리 파악하는 「정보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주로 화물선이 공격 대상이지만 95년 129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마카오에서 홍콩으로 향하던 관광선이 해적들에게 털린 적도 있다. 해적들은 약탈과 함께 선원들을 바다에 수장시키거나 엔진을 뜯어낸 배에 묶어 그대로 방치하는 등 매우 잔인하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3국은 지난해 공동으로 해양경찰을 창설, 주변해역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적들의 주활동무대인 공해상의 약탈은 대책이 없다. 해적들은 쾌속선을 이용, 순식간에 약탈을 일삼기 때문에 단속망에 좀처럼 걸리지 않는다.
설사 단속에 걸리더라도 로켓포, 기관총, 수류탄 등의 첨단무기로 중무장한 이들은 해군과 교전까지 감행할 정도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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