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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캘런 크렌츠 지음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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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캘런 크렌츠 지음 `의자'

입력
1998.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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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의자는 없었다. 우리 조상의 생활에도 의자는 없었다. 중국 일부등을 제외하면 의자란 서양의 문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의자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의자는 어디서 왔는가. 편안한 의자란 어떤 것인가. 왜 많은 의자는 불편한가. 의자 설계는 역사적으로, 경우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나. 바닥에 앉아서 먹거나 쪼그려서 「일」 보지 못하도록, 인간의 의식이 의자에 길들여지지는 않았을까. 좌정하지 못하게 돼 버린 서양인이 쓴 「반성적 의자사」다.의자와 권력·신분·성차별, 의자와 휴식·노동·예술의 관련등 의자의 존재론적 접근이 먼저다. 「좋은 의자」란 무엇인가를 논한 2장은 의자의 인체공학이다. 부처가 앉은 자세와 의자, 다리가 둘 밖에 없는 체스카의자, 불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편안한 의자등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3부 「의자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가」는 의자를 위한 미래학이다. 바람직한 의자의 보조품들, 통념을 거부하는 좋은 의자들, 내일이면 사라질 오늘의 의자등 의자 이야기가 상상의 나래를 달았다.

집에서는 의자보다 딱딱한 바닥이 좋다는 주장과, 마룻바닥과 온돌에 대한 구체적 예찬에 한국인은 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서구문물을 진보의 상징인 양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우리에게 경종으로 들릴 수 있는 내용이다. 캘리포니아대 건축학 교수이면서, 건축사회학을 전공한 철학박사이기도 한 캘런 크렌츠의 박학과 사색이 풍성하다. 지호. 1만2,000원.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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