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탈북고아 2만명] 중국서 숨어지내며 '꽃제비' 행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탈북고아 2만명] 중국서 숨어지내며 '꽃제비' 행각

입력
1998.12.30 00:00
0 0

『부모를 여의고 정든 고양(고향)산천을 버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살길을 찾아 오빠와 함께 지난해 1월에 왔습니다. 일본에 계시는 아지미(아주머니) 아저씨들까지도 우리에게 이렇게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주시고 생활상 관심을 해주시니 그 고마운 마음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마음놓고 지낼 수 있는 한국으로나 가게 되면 나는 어디가서나 우릴 도와주신 해외의 모든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 나타나겠습니다』굶주림을 피해 오빠(14)와 함께 북한을 탈출, 2년 가까이 중국땅에서 숨어지내고 있는 박정선(12·가명)양이 생활비를 보내주는 일본 청년에게 보낸 감사편지들이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대표 윤현·尹玄)이 최근 공개한 이편지에는 탈북고아가 수없는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면서도 끝내 버리지않고 있는 희망이 곳곳에 묻어난다.

현재 중국을 떠돌아 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 고아들은 최소한 2만명. 대개 북한내 결손가정 출신으로 단신 탈북하거나 부모와 함께 탈출했다가 부모의 병사(病死)나 강제송환으로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다. 이들은 재중동포 마을에 몰래 숨어지내거나 구걸행각을 하며 하루하루 힘들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개중에는 구걸해 모은 돈과 양식을 갖고 북한에 되돌아갔다 다시 탈북하는 일을 반복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외교마찰 등을 이유로 국내의 구호손길이 미치지못하고 있다. 일부 단체가 비공식적으로 이들에게 소규모의 구호물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중국당국에 적발될 경우 5,000위안(한화 80만원가량)의 벌금을 내야한다.

이들에게 활발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곳은 오히려 일본 시민단체들. 일본내 북한 민주화단체인 RENK는 현재 재중 북한고아를 수양아들·딸로 삼자는 결연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고아 1인당 5,000엔(한화 5만원 가량)을 보내면 최소한도의 생활을 할 수 있고 공부를 시키려면 학비를 따로 보내면 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단체가 돌보던 북한고아 중 2명이 최근 중국공안원에 체포돼 강제송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요즘들어 탈북 북한어린이들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 선교단체 관계자는 『옌볜(延邊)의 한 교회가 무려 370여명의 북한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600여만원의 구호기금을 마련했다』면서 『적절한 루트가 마련되는대로 기금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통일연구원 윤덕룡(尹德龍)교수는 『북한 정부가 기아를 이유로 어린이들에 대해서는 출입국통제를 철저히 하지않아 북한 어린이의 탈북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구호노력과 함께 중국정부가 이들을 난민으로 대우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