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8일 경제청문회 실시를 공언하며 강경기조를 고수해 오던 여권이 딜레마에 빠졌다.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이 29일 의장직권으로 청문회를 위한 특위를 구성하고 국정조사계획서를 본회의에 상정, 표결처리해 달라는 공동여당의 요청에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이날 오전 양당 청문회 준비위원 전체회의를 마친뒤 극히 이례적으로 양당 총무들과 함께 박의장을 직접 찾아갔다. 장장 1시간30여분 동안의 집요한 설득작업이 진행됐으나 박의장은 『야당과의 협의를 더해 보라』며 끝내 확답을 피했다. 조대행과 박총재는 『의장에게 물어보라』며 황급히 자리를 떴고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자민련 구천서(具天書)총무는 어두운 표정으로 『국조계획서의 연내 처리는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이같은 상황전개는 연내에 여당 단독으로 청문회 관련사항을 강행처리하겠다던 여권의 1차 계획이 일단 수포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30일로 예정된 본회의 직전까지 여야간에 극적인 타결이 이뤄지면 상황은 급반전하겠지만 현재로선 그같은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실은 여당의 요구대로 박의장이 특위구성및 국조계획서 처리에 의장직권을 사용하려 할 경우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여당과는 별도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해 놓은 한나라당이 박의장에게 똑같은 직권행사를 촉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론 경제청문회를 위한 2개의 특위가 구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1월8일부터 경제청문회를 열려던 여권의 계획은 완전히 물건너 간 것일까. 아직은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 있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내년 1월7일까지인 만큼 내년초에 다시 본회의를 열어 여야 합의로 국조계획서를 처리할 수 있다. 이 경우 여권의 희망대로 바로 증인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를 실시할 수는 없고 기관보고를 앞세우게 된다. 이러한 가능성이 모두 사장된다면 1월8일 청문회는 사실상 무산되는 것이고 여권은 청문회 실시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 청문회의 현실적 연기냐 아니면 포기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여야는 30일 본회의를 앞두고 막판 막후협상을 벌일 예정인데 그 결과가 주목된다. /고태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