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모두 물러나고 있다. 500만달러까지 주고 외화를 사고 상업영화 제작에 매달린 지 불과 5년만이다. IMF사태이후에도 영화에 투자를 계속하던 삼성과 대우까지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섰다.삼성은 영상사업단을 연내로 해체할 움직임까지 보인다. 영화는 제일기획, 케이블 TV는 중앙일보에 넘기고 음반사업은 아예 접는다는 구상이다. 인력도 대폭 줄였다. 영화사업부는 절반인 20명만 남았다. 대부분 한국영화 담당들이다. 감사 결과 『한국영화는 사업성이 있다』는 결론 때문. 외화는 사실상 포기했다. 5,000만달러나 투자한 미국 뉴리전시사의 지분까지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로는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도 중단하고 있다. 올해 삼성이 투자한 한국영화는 5편. 「처녀들의 저녁식사」「약속」은 개봉했고, 「태양은 없다」「쉬리」「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은 완성상태. 그러나 9월 이후 후속투자는 전혀 없다.
대우그룹도 연말의 구조조정안에 따라 영화사업을 비디오배급사인 세음으로 내보낸다. 한국영화보다는 투자사인 미국 뉴라인시네마의 작품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미 대우는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를 두 편으로 줄였다.
SKC는 「아름다운 시절」을 끝으로 투자를 완전히 중단했으며 현대 역시 외화 재고처리만 끝나면 영화에서 완전히 손을 뗄 계획으로 알려졌다. 예술이든 문화든 이익이 없으면 바로 돌아서는 대기업의 생리를 감안하면 예견된 일.
이제 남은 것은 소위 「충무로 토착자본」이라고 말하는 영화제작사의 돈과 투자금융자본. 영화계는 일신창투나 한국기술금융등 한국영화에 투자해온 투자금융회사들이 저금리 현상에 의해 투자를 더 늘림으로써 대기업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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