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뺨때리기 등 감정적폭력 없애야 하지만/수업중인 교사를 신고하는 사태까지…/“이젠 아이들 어떻게 다스리나” 우려속/‘사랑의 매’ 규격화·벌점제 도입 학교도서울시 교육청이 체벌없는 학교 만들기 운동의 하나로 체벌을 사실상 전면 금지한 이후 교사의 학생체벌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이 쇠파이프로 체벌교사를 위협하고, 여중생들이 급기야 수업중에 교사를 112 신고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체벌에 대한 더 이상의 찬반논란은 무의미하다. 문제는 체벌을 하지않고도 인격적으로 학생들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부득이 체벌을 해야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이다.
학생들은 체벌 그 자체만으로 교사에게 반감을 갖고 저항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악의적인 체벌 방식과 그에 수반되는 언어폭력, 그로 인한 수치감과 굴욕감때문에 반발심은 물론 적개심 마저 일어난다는 것이다. 속옷 벗겨 물붓기, 학생끼리 뺨때리기 등과 같은 변태적 체벌, 「두들겨 팬다」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히거나 지나치게 감정이 개입된 체벌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으며 감당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체벌을 전면 금지해서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학급 학생이 50여명에 이르는 교육환경에서 체벌없이 학생들을 통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학생들이 가정이나 사회생활을 통해 폭력이 상당부분 체질화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체벌이 효과적인 교육수단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체벌금지 이후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사 신고 등 부작용이 빈발하는 것도 상명하달식 체벌금지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체벌의 폐해를 최소화하면서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체벌 논란이 거듭되면서 일부 시·도 교육청이나 학교에서는 다양한 체벌규칙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강원도 교육청은 체벌이 불가피할 경우 교장, 교감의 허락을 얻어야 하며 손들고 있기 등 기합이나 길이 60㎝이하, 지름 1.5㎝이내의 작은 막대기로 때리는 체벌만 허용하고 있다. 매를 댈 경우에도 안전한 부위에 10대이내로 해야 하며, 학부모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도 체벌 대체방안으로 문제 학생을 대상으로 정신교육과 봉사활동을 실시하는 「푸른 교실」운영, 벌점제에 따른 학생생활평가 카드제, 모범학생을 표창하는 모범학생제, 문제 학생을 교사·학부모가 함께 지도하는 학부모 책임지도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 중동고는 체벌시 길이 50㎝가량의 얇은 나무막대기로 만든 사랑의 매 「당당봉」만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월담 7점, 담배 및 라이터 소지 5점 등 14개 항목에 이르는 벌점제도 역시 체벌문화를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같은 대안들은 우리 교육풍토에 뿌리박힌 폭력적 체벌문화를 바꾸기 위한 소중한 노력들로 평가된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에서는 교육청등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뿐 자발적으로 체벌에 대한 대안 모색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서울 동북고 최주원 교사(수학)는 『우선 교사들부터 모든 체벌을 정당한 교육수단이라 여기는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 교육현실상 어쩔 수 없이 시행하는 필요악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사 스스로 체벌을 「사랑의 매」로 정당화하기에 앞서 인간이 인간에 육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다는 근본적 인식을 지녀야만 감정적인 체벌, 정도이상의 체벌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장이 체벌에 대한 투철한 교육적 소신을 갖고 교사들에게 「체벌은 가능한한 피해야할, 옳지 못한 교육방법」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교사들의 지나친 체벌을 막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 학교장들 가운데는 「사랑의 매는 정당하다」는 생각으로 체벌교사를 옹호하는게 교장의 임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체벌문화를 바꾸려면 학교 구성원 상호간에 인격을 존중하는 풍토조성이 시급하다. 교육지인 「우리교육」의 박복선 중등편집부장은 『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의견을 고루 반영해 현재 유명무실한 교칙이나 선도규정을 현실화하고 체벌에 대해서도 모든 교육주체가 합의를 이뤄내 이를 엄격히 적용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칙 제정시 전체교사의 의견 수렴, 학부모의 이해와 협조, 학생자치회의 토론이 이루어지는 민주적 풍토가 조성된다면 자연히 비민주적인 체벌관행도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학교내에서 폭언사용을 금하는 등 순화된 언어생활을 정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교육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많은 학급당 학생수, 흥미없고 적성에 맞지 않는 수업내용, 너무 엄격하고 불합리한 학교규칙,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 등이 개선되지 않는한 체벌없이 수업목표를 이루기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남대희 기자>남대희>
◎외국에서는…/전면금지 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
외국에서는 체벌을 전면 금지하거나,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체벌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일부 교사들이 『선진국에서도 교권확립을 위해 체벌을 허용한다』고 강조하지만 그들의 규정은 혀를 내두를 만큼 까다롭다. 만약 우리나라 학교에서 이같은 제한을 한다면 당장 「비현실적」이라는 비난과 불평이 쏟아질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27개주에서 체벌을 법으로 금하고 있으나 텍사스 뉴햄프셔 등 13개주는 체벌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체벌을 허용하는 주일지라도 잔인한 체벌은 금지하고 있으며 그 범위는 철저하게 제한적이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길이 2피트, 폭 3∼4인치, 두께 1.5인치 이하의 평평한 나무로 엉덩이를 1대에서 5대까지, 눈에 띌 정도의 어떤 상처도 나지 않는 한도에서 때릴 수 있게 하고 있다. 조지아주는 각 교육위원회가 고용한 교장, 부교장 등의 입회하에 체벌을 시행토록 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의 경우 교사 및 학생을 모욕한 자, 교내에서 학생폭력을 상습적으로 행사하거나 실내분위기를 깨뜨린 자를 학교간부가 참관한 가운데 체벌토록 하고 있다.
일본은 학교교육법에 체벌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금지된 체벌 유형은 신체에 대한 실력행사, 육체에 고통을 주는 징계, 구타, 장시간의 기립, 강제단좌, 식사 불제공, 혹사적 작업명령 등이다.
영국의 경우 뉴함 지방교육당국은 교장 또는 3년이상의 교직경험을 가지고 있는 교원에 의해서만 체벌행사가 가능토록 했으며 여학생에 대한 체벌은 여교사만이 하도록 했다.
뉴캐슬아포인타인 지방에서는 7세 미만 취학아동은 손 또는 둔부를 손바닥으로 때리고, 11세이상 학생은 정해진 가죽 회초리로만 때리게 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학교교육법에서 체벌과 모욕적 비난, 집단 벌을 금하고 말레이시아는 남학생에 대해 켄(등나무회초리)으로 가볍게 손을 매질하는 등의 체벌만 허용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장시간 세워두거나 꿇어 않힐 수 없고, 머리를 잡아당기는 체벌은 금지된다.
스웨덴은 교사는 물론 부모도 가정에서 조차 체벌할 수 없다. 룩셈부르크는 14세미만 어린이에게 의도적으로 상처를 입힌자, 구타한자, 폭력을 행사한 자는 1년이상 3년이하의 징역, 500∼5,000프랑의 벌금형에 처한다. 태국은 회초리를 표면이 매끄럽고 둥근 것, 직영은 0.7㎝를 넘지않는 것으로 한정하고 매질회수는 6회이내로 제한하고 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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