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유로 교체되는 것은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배순훈 전정보통신부 장관이 그랬다. 대우전자 회장출신인 배 전장관은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간 빅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가 교체됐다. 국무위원이 과거와의 탯줄을 끊지 못한 것으로 비쳤다.민간기업인 출신인 남궁석 전삼성SDS사장이 장관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정통부 장관의 민간인 시대가 연속되고 있는 셈이다. 일요일인 27일 업무보고를 받은 남궁장관은 우체국의 금융서비스를 일류화하되 신한은행과 경쟁해서도 모자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본적인 화두로서 몇가지를 밝혔다. 남궁장관은 특히 삼성을 떠날 때 이건희 삼성회장이 『앞으로 정책을 펼치다가 삼성이 불이익을 당해도 좋다. 이제 삼성은 잊고 일해달라』고 당부하더라고 전했다. 공개해서 서로에게 좋은 일일 테지만 배 전장관의 사례가 이런 당부를 낳았다.
사실 정통부장관은 예사로운 자리가 아니다. 다른 장관들이 매우 섭섭하게 여기겠지만 또 총리는 특히 「총리가 한 나라에 두명이 된단 말인가」라고 할는지도 모르지만 정통부장관 자리는 총리급이다. 현실은 물론 그렇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가 제대로 살고 선진국형, 첨단형 산업구조를 가지려면 총리급의 비중이 정통부장관에게 주어져야 한다. 한국경제의 미래가 상당부분 그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관치(官治)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보통신 논의의 폭을 넓히고 관심과 힘의 집중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얘기다.
당분간은 정보통신산업이 한국경제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 산업과 그 부처에 무게가 응당 실려야 한다. 그런데 엄청난 비중을 실어야 할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은 드문 편이다. 굵직한 「정보통신 맨」의 부재를 느끼게 된다. 무엇이든 절대로 사람이 먼저다. 정부든, 민간이든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커가는 사람들이 많기를 기대한다. 어쨌거나 가전등 하드웨어를 다루던 장관에서 소프트웨어를 다루던 장관으로 바뀐 것은 일보 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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