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의 최대 관건인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통합회사 경영주체 선정을 둘러싼 양 그룹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LG반도체는 통합법인의 경영주체로 현대전자를 선정한 반도체 경영컨설팅회사인 ADL사에 대해 『허구적이고 자의적인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LG반도체에 심각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미국과 국내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경영주체 선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약속을 어길 경우 28일부터 금융제재를 가하겠다며 통합이행을 재차 촉구했다.LG측의 반발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국내 반도체산업은 국제경쟁력이 있는데도 이를 무리하게 통합키로 한 것이나 외국 컨설팅업체에 대한 맹신, 또 이들의 횡포가 LG에게 빌미를 주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반도체 빅딜 자체가 깨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도체 빅딜은 정부의 강요에 따라 업계가 동의한 것이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다. 빅딜의 무효화선언에 대해 보복적 금융제재가 이루어질 경우 국민경제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당장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빅딜은 어떻게 되고, 국가신인도는 또 어떻게 될 것인가. 큰 톱니바퀴가 어긋나면 작은 톱니바퀴들도 제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반도체 빅딜은 딜을 하는 양사 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도 득이 된다면서 재계내에서 합의하고 국민과 약속했던 사항이다. 그때와 지금 상황이 크게 변한 것은 없다. 당초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진행이 빠르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조속한 타결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었다.
때문에 현대의 정몽헌 회장과 LG의 구본무 회장은 최대한 이른 시일내에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 문제를 논의하고, 전경련 김우중회장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 약속대로 통합을 마무리한 후 현대는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하고, LG는 반도체를 넘기는 대신 어떤 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또 정부는 빅딜에 따른 경제력집중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우선 양사 임직원 뿐 아니라 국민전체를 안심시키는 길이다. 자사 이기주의나 정부의 위신 세우기에 따른 졸속 처리는 없어야 한다. 반도체 빅딜 마무리로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일단락지어 경제회복에 매진해야 하는 시기에 내부 홍역으로 세계경제 전쟁에서 뒤떨어질까 우려된다. 양 그룹과 정부, 전경련의 현명한 행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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