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도 제대로 해오지 않고 “담임선생님 바꾸자” 모의까지/교사들 “특권상실” 인식도 문제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Y여고에서 학생들의 신고로 교사가 교내에서 경찰에 연행된 사건이후 교사들은 자신들의 「권위 추락」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같은 결과를 빚어낸 교사들의 마구잡이 체벌행태가 근원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론 또한 적지않다. 체벌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 바뀌고 엄격한 체벌 규정이 하루빨리 확립되지 않는 한 교육현장에서 체벌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사 연행사건 다음날 하루동안 112전화로 학생들의 교사 체벌고발전화가 13건이나 됐다. 경찰의 조사결과 이중 3건은 허위신고였고 10건은 경미한 체벌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건이 발생한데 대해 대다수 일선 교사들은 『학교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라며 우려하고 개탄한다. 일선 교사들은 『이제 학생들을 어떤 식으로 가르쳐야 할 지 막막하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일선 학교의 수업분위기가 엉망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서울 J고 김모(38)교사는 『교사들 사이에서는 가만히 있는게 상책이라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체벌이 금지됐는데 왜 때리느냐」고 거칠게 나오면 혹시 문제라도 생길까봐 아예 없었던 일로 한다』고 고백했다.
B고 최모(36)교사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이젠 해방」이라는 말도 한다』며 『반항적이고 산만한 학생들을 어떻게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길러낼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M여중 김모(37)교사는 『감정때문이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가르치다 「사랑의 매」를 대도 체벌교사냐』며 『다른 교사들도 「아예 교육을 포기하란 말이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학생들마저도 교사들이 체벌을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알고 숙제도 제대로 해오지 않는가 하면 수업시간에 교사의 말도 듣지 않는 실정에 이르렀다. 서울 K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서모(32)교사는 『우리 반 학생 몇몇이 모여 「체벌하는 담임선생님을 바꾸자」고 모의까지 했다』고 개탄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말부터 「체벌없는 학교 만들기」운동의 하나로 체벌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촉발됐다고 보고 있다.특히 일부 언론에서 시교육청 지침을 과장해 「사랑의 매도 안된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하자 학생들이 이전에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112 신고」라는 「못된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일선 교육현장에서 체벌금지의 논리를 수긍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오히려 교사들 사이에는 체벌금지를 자신들의 특권상실로 여기고 체벌당위성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지금까지 학생들의 감정적으로 체벌해 교사 스스로가 학부모들에게서 신뢰를 떨어뜨린 적도 없지 않다』며 『체벌과 관련한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체벌대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오성숙(吳星淑) 회장은 『체벌없이도 학생들을 선도할 수 있다는 교사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며『교사와 학생 학부모간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권대익 기자>권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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